[잠에서 깨어나는 21세기 실크로드 <제2부>] (1) 두 번째 대장정에 오르며'''

입력 2012-03-07 07:41:25

中 시안~카슈카르 지나 이젠 동서문물 격전장 중앙아시아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23편에 걸쳐 '잠에서 깨어나는 21세기 실크로드'를 연재한 데 이어 그 후속 시리즈를 싣습니다. 중국 시안에서 중국 최서단 도시인 카슈카르까지의 여정을 제1부에 소개했으며, 이번 제2부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를 집중 답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인생은 멋있다. 그것은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실크로드 탐험가가 한 말이다. 다시 길을 나선다. 그곳은 가도 가도 낯선 풍경이 계속되는 이상한 나라. 사막과 초원, 오아시스가 있는 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를 간다. 중국을 지나 또 서쪽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이 역사의 흐름 속에 민족이동과 국가의 흥망이 유달리 잦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전파와 문물교류도 빈번했으며 그 길을 개척한 선인들의 불굴의 의지도 찾아봐야 한다. 그것은 21세기를 살아야 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더 확실히 알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실크로드 탐사를 3개년 계획으로 세우고, 그 일차연도에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둔황(敦煌), 투르판, 카슈카르까지 갔다가 우루무치를 경유하여 돌아왔다. 그 결과물은 이미 지난해 본지를 통해 소개했다. 두 번째 계획으로 이제는 중국 국경 그 너머 서쪽지방의 실크로드를 밟아 보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이번에 찾아갈 중앙아시아 중의 3개국이다. 각 나라 이름 뒤에 똑같이 붙은 스탄이라는 말은 지역, 장소 즉 '~의 땅' 정도의 의미이다. 키르키스스탄은 오염되지 않은 산악국가, 그래서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린다. 그 서쪽에는 거대한 코발트 빛 이슬람사원과 목화밭으로 유명한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북쪽의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의 원정으로 헬레니즘이 전해진 이후 다양한 민족의 이동이 교차하여 퓨전 문명이 새롭게 형성된 곳이다. 수많은 왕조의 흥망이 있었고 다양한 종교가 전파되었으며 그 가운데 상술의 달인, 소그드인들의 교역도 눈부신 것이었다. 8세기 들어 고구려 유민 고선지 장군이 이끈 당나라군이 아랍군과 벌인 동서문명의 격돌 즉 탈라스전투에서 패배하자 한동안 이슬람 세력이 자리를 잡았다. 13세기 들어 칭기즈칸에 의한 파괴와 조율이 있었고 그 뒤 다시 티무르제국은 이슬람 도시를 건설했다.

19세기 들어서는 러시아와 영국의 각축장이 되었다. 청조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의 동쪽과 서쪽을 각각 나누어 지배했다. 사회주의 정치구조 속에 이들은 신장이나 카자흐 초원의 아름다운 대지가 핵실험장으로 쓰여 오염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개혁과 개방 이후 각각 독립국가의 체제를 갖추었다. 21세기에 들어 빠른 경제성장의 물결을 탄 중앙아시아가 약속의 땅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선진국들은 엄청난 지하자원을 가진 그곳을 투자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에는 오랜 문명의 교류가 남겨놓은 역사적 문화유적도 수없이 산재해 있다. 차례로 방문하게 될 그중에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도 많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도시 부하라와 히바의 성채에는 천 년의 역사 터전 위에 아직도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환상적인 조명으로 장식된 야시장을 둘러본다. 이들은 옛 실크로드 상인들처럼 역사도시의 낭만을 느끼며 밤 깊어가는 줄을 모른다. 정복군주 티무르의 고향 사흐리샵스에서는 악사라이 궁전의 위용에 압도되면서도 그의 잔혹한 만행에는 으스스한 기분을 느낀다.

청색의 도시 사마르칸트는 중앙아시아의 로마로 불릴 정도로 문화유적이 많다. 조우관을 쓴 고구려사신의 벽화 앞에서 전해지는 가슴 두근거림은 고선지 장군의 전투지 탈라스 언덕 위에 섰을 때의 감회와 비슷하다. 키르기스스탄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여행의 수확이었다. 만년설이 은빛으로 빛나는 휴양지도 그렇지만 신비의 호수 이식쿨의 물빛은 환상적이었다. 불경을 찾아 인도로 가던 현장 법사도 이 호숫가에서 잠시 여장을 풀고 비슷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중앙박물관에서 본 황금인간은 시간의 긴 간격을 훌쩍 넘어 고대 스키타이 전사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인천공항에서 시작한 이번 여행은 하늘길로 중국을 가로질렀다. 옛날 실크로드 상인들은 몇 달이나 고생하며 중국 대륙을 횡단했다는데 지난 1차 여행 때는 육로로 보름 이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고 발아래 스쳐 지나가는 중국 땅을 내려다보며 약 7시간30분 만에 목적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했다.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중국을 건너뛰어 이제부터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동안 자세히 모르고 지내온 이슬람의 세계로 성큼 들어온 것이다. 가는 곳마다 이상하고 신비스러운 나라이다.

글'사진: 박순국 전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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