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 입주기업, 계명대에 뿔났다

입력 2012-03-05 10:59:03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 임대 재계약을 두고 계명대와 대구시, 입주 기업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계명대가 임대차 재계약 불발에 따라 사실상 차량 통행 제한에 나서면서 입주 기업들이 '계명대 졸업생 채용 거부' 운동까지 거론하며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지역 산'학'연 협력 모델의 대표격인 DIP가 대구시와 계명대의 자기 중심주의적 입장과 대화 노력 부재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며 "지역 미래 산업 상생 차원에서 조속히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뿔난 DIP 입주기업=지난달 20일 계명대는 대명캠퍼스 정문과 차량 통행소 주변에 '3월 1일부터 전문관으로 내려가는 주행로를 폐쇄한다'는 공고를 붙였다. 계명대 측은 전문관 일부 주차장에 학생 실습용 공간과 농구장 등 학생시설을 설치하기 때문에 학생 안전 확보 차원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주행로에 방지봉을 세우며 1일부터 통행을 제한했다. 이에 입주기업들이 반발, 2일 학교 내 도로에 일렬로 차량을 주차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DIP 내 ICT파크 입주기업 대표 40여 명은 회의를 열고 계명대의 실력행사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계명대의 창업선도대학 지정을 취소하도록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기로 했다. ICT파크 입주기업협의회 박광택 회장(뉴코어비즈 대표)은 "DIP와 입주기업 덕분에 계명대가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될 수 있었는데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지금 기업을 몰아내고 있다"며 "ICT 업종을 분열시키고 뿔뿔이 흩어지게 만드는 대학이 어떻게 창업선도대학이 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역의 ICT 업계에서는 계명대 졸업생 채용 거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경ICT산업협회 금훈섭 회장은 "돈이 된다는 평생교육원을 확장하고, 막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창업선도대학을 우선하는 등 자기 잇속 챙기기에 빠진 대학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며 "계명대가 이기주의적인 발상을 버리지 않으면 우리들도 이에 따라 대응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DIP 사태는 대구시와 계명대의 DIP 건물 임대차 재계약 불발이 발단이 됐다.

2001년 지역 IT산업 발전을 위해 대구시가 설립한 DIP는 남구 대명동 계명대학교의 건물 일부(3만5천808.27㎡)를 10년간 임차해 사용해왔다. 지난해 임차계약 만료를 앞두고 대구시는 계명대와 수차례 재계약을 논의했지만 임차료와 일부 임차면적의 반환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해 11월 8일 임차계약 만료시한을 넘겼다.

그동안 계명대는 대명동캠퍼스의 미술대학과 패션대학 등의 교육공간이 부족하다며 일부 부지(1만3천여㎡) 반환을 요구했다. 계명대 측은 "2010년 7월부터 수차례 공문을 보냈고 협상을 하는 등 계약 만료일 이전부터 충분히 우리 요구를 시에 알렸다"며 "하지만 시와 DIP는 이에 따른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우리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마저도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시는 김연창 정무부시장이 수차례 계명대를 방문해 '양보'를 요구했지만 계명대 측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15년 소프트웨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지역 ICT 기업들이 옮기게 되고 계명대가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당장 기업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면 외지로 기업이 빠지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계명대가 조금만 양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