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율 높은 '순한 병'…부작용 거의 없는 표적치료제까지
주부 전모(50) 씨는 지금도 7년 전 생각만 하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유방에 멍울이 만져져서 걱정이 됐지만 통증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기를 8개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더니 이미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절제한 겨드랑이 림프절 26개 중 19개에 암이 전이된 것. 수술 후 강력한 항암제를 투여하고, 방사선 치료도 받았다. 또 5년간 호르몬 치료를 병행했다.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10개 이상인 환자의 경우, 재발이나 전이가 발생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치료기간 내내 마음을 졸이며 살았다. 전 씨는 다행히도 5년이 넘는 치료기간을 아무런 탈 없이 보냈다.
대구파티마병원 유방외과 김상윤 과장은 "전 씨는 닥친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긍정적 사고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환자였으며, 병을 곧바로 이기려 하지 않고 병과 더불어 지내다 결국 병을 극복한 환자였다"며 "6개월간의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서울을 오가며 문학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 됐다"고 말했다.
◆재발 대부분 수술 2, 3년후…종양 클수록 빈발
유방암은 완치율이 높은 비교적 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행된 암에선 재발과 전이율도 높다. 재발은 대부분 수술 후 2, 3년에 발생하는데, 주로 종양이 크거나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최근 대한유방암학회에서 발표한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병기별 5년 생존율을 보면 0기는 99%, 1기 95%, 2기 89%, 3기 59%, 4기 28% 순이다.
최근 조기암 빈도가 높아지고, 치료기술의 발달로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병기가 높으면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과 전이가 생긴다. 주로 폐와 뼈, 특히 척추에 전이가 잘되며, 간과 뇌에도 전이가 발생한다. 최근에 개발된 표적치료제는 환자가 복용하기도 쉽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지금껏 항암제로 고통받던 환자들에겐 희소식이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는 모든 환자에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검사에서 '적응증' 판정이 나와야 쓸 수 있다. 현재 유방암에 쓰이고 있는 표적치료제는 '허셉틴'과 '타이커브'라는 두 가지 약제가 있다. 허셉틴은 전이암에만 허용되다가 최근에 초기 보조요법으로도 인정받았다. 타이커브는 허셉틴 치료에 실패한 전이암에서만 보험이 인정되고 있다.
유방암에 대한 치료제는 계속 연구'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암처럼 아직 재발과 전이암에 대해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약제는 없다. 표적치료제를 쓴다고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며, 효과가 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다시 극성을 부리는 경우도 많다. 현재 표적치료제의 가장 큰 문제는 효과와 함께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제, 발암과 상관관계 없어
전립선암과 유방암은 호르몬이 발생원인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치료에도 호르몬제가 보조적으로 쓰인다. 호르몬 치료는 모든 환자에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암 조직에서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약 60%의 환자에게만 가능한 치료다.
환자가 복용하기 쉽고, 약효가 뛰어난 호르몬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졸라덱스'라는 약제는 항암제와 같은 효과가 입증돼 최근 호르몬 수용체 양성의 조기암에 환자에게 고통스런 항암제 대신 투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유방암에서 시행하는 호르몬 치료는 폐경기에 시행하는 호르몬 요법과는 정반대 역할을 한다. 암의 발생과 관계있는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요법이다. 한때 폐경기에 시행하는 여성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학회는 보고서에서 "그런 위험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50대 후부터의 유방암 빈도가 서구보다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폐경기 여성 호르몬 치료와 유방암 발생과의 상관관계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다.
◆절제 범위 넓을 경우 '종양성형술' 미용도 고려
유방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수술 후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방 보존술은 수술 후 유방변형이 생기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절제범위가 넓을 경우 최근 '종양성형술' 개념이 도입돼 미용 측면도 많이 고려한다. 유방을 잘라내는 절제술을 할 경우, 환자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암 수술과 동시에 또는 수술 후 2년이 지난 뒤 유방 재건술을 한다. 또 피부는 남기고 유방조직만 절제하는 '피하 유방절제술'을 한 뒤 보형물을 넣어 정상 유방모양을 유지하는 수술도 있다.
어떤 암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일한 예방법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뿐이다. 조기암은 수술범위도 작고, 항암제도 부작용이 적은 순한 약제를 쓸 수 있다. 아울러 95% 이상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걸리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자가검진과 정기검진을 철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파티마병원 유방외과 김상윤 과장은 "평균 수명이 80세일 경우 3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리는 시대에서 아무리 암의 원인을 알고 지켜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암에 걸려도 60% 이상이 완치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받은 후 관리를 잘하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으며, 이젠 암도 고혈압,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파티마병원 유방외과 김상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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