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장기업들 사회 기부 '극과 극'
'따뜻한 자본주의'가 시대적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대구경북 상장사들의 '베풂의 미덕'은 아직 조막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기부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기부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잘 버는 이들이 많이 내는 게 아니었다. 한 번 기부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했다. 기부는 습관이었다.
◆버는 만큼 환원하는가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말처럼 베풂에 넉넉한 '정승급' 기업들은 버는 만큼 사회에 환원했다. 조 단위 매출액과 순이익으로 매년 1천억원 이상 기부금을 내놓은 포스코와 계열사들, 100억원 이상 내놓고 있는 DGB금융지주, 매년 30억원 이상 내놓은 제일모직은 규모에서 다른 상장사를 압도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101개 상장사들이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최근 3년치 기부금을 따져본 결과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달 27일 대구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지역기업 사회공헌도 조사보고서'로도 지역 경제계의 사회공헌 인식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 중 69개 업체가 답을 했는데 이 중 기부에 나서는 기업은 49개 정도였다.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 기업마저도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7개 기업이 매출액의 0.1%만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있으며 8개 기업이 0.1∼0.2% 미만, 6개 기업이 0.2∼0.3% 미만, 4개 기업이 0.3∼0.4% 미만, 0.4%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은 단 4곳에 그쳤다. 단 4개 기업이 매출액의 0.4%(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4억원)를 사회에 내놨다는 뜻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0년 발표한 국내 대기업 220곳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액 비율은 0.24%였다.
◆기부는 습관이다
제이브이엠은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매년 2억원 안팎의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으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매년 2억6천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동남아시아 일대에 학교를 만드는 현물 기부도 포함돼 있다. 이 회사가 재단 설립을 적극 검토하는 이유는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년 수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데 따른 효율적 관리 차원"이라며 "사회공헌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기부는 습관이었다. 101개 상장사 중 최근 3년간 1억원 이상 기부한 기업의 공통점은 사회복지재단, 장학재단 등 사회 환원 활동의 첨병이 되는 체계적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DGB금융지주, 제일모직을 제외하더라도 동일문화장학재단(동일산업, 제일연마공업), 오음장학회(평화홀딩스, 평화산업, 파브코), 대성해강과학문화재단(대성에너지), 화성장학문화재단(화성산업), 대백선교문화재단(대구백화점), 우석문화재단(TCC동양), 우석장학재단(화신), 서봉문화재단(에스엘) 등이 회사가 내놓은 기부금을 종잣돈으로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3년 평균 1억원 이상 기부금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거액 출연금으로 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는 춘곡장학회(조일알미늄), 평화큰나무복지재단(평화정공), 서한장학재단(서한)도 사회환원에서 'A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대해 사회복지기관들은 하나같이 "사회 공헌에 중독됐다"고 표현했다. 사회 공헌의 보람은 사회 봉사에서 느끼는 보람과 같은 것으로 '한 번 그 맛을 알게 되면 습관처럼 계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경북지사로부터 받은 고액 기부자 리스트는 상당 부분 겹쳐 있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은 쥐꼬리
일부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변명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지역기업 사회공헌도 조사보고서'는 대구 기업의 사회공헌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를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지난해 영업이익액 대비 기부금액을 비교한 결과 기부에 인색한 기업은 끝까지 인색했다.
3년 평균 기부금이 가장 적었던 곳은 코스닥 종목인 액트(5만원)로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7억원이었다. 휘닉스피디이(7만원)도 30억원의 영업이익에 비해 민망한 수준의 기부금 액수를 보였다.
유가증권 종목 중에서는 티에이치엔이 3년간 92만7천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지난해 1년간 영업이익만 32억원이었다. 동원금속 역시 1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3년간 37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본 쉘라인이 3년간 2억7천900만원을 기부한 것과 천양지차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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