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으로 나온 서원] 전통문화·인성예절 교육

입력 2012-03-01 11:42:54

"전통문화·인성예절 교육, 내게 맡겨라"

오랫동안 말문을 닫아걸었다. 돌아앉아 세상과 인연을 끊었다. 묵묵히 세월의 흐름만 지켜보고 서 있었다. '역사의 유물'로만 남았다. 이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학교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청소년들의 예절·인성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내 전공이다. 수백 년 동안 켜켜이 쌓여 있던 묵은 먼지를 툭툭 털고 대문의 빗장을 푼다. 이제는 후손들에게 내가 말을 걸고 손을 내밀 차례다.

◆서원이 깨어나고 있다

정부의 문화재 관리정책이 보호·관리 위주에서 보존과 활용으로 바뀌고 있다. 문화재를 활용함으로써 문화재 보존과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보존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서원을 청소년의 정서순화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서원은 그동안 문을 꼭 닫아걸고 1년에 한두 번 문중행사 때만 이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택체험, 숙박체험, 예절교실, 한문교실 등 교육의 장으로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서원연합회는 서원 공간을 활용하여 전통문화의 이해와 서원 보존차원에서 '서원(書院) 스테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영주 소수서원에서는 지난 1월 9일부터 1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선비문화체험'을 실시했다.

서원 스테이 프로그램은 소수서원, 안동 병산서원, 도산서원, 대구 병암서원, 양산 남강서원 등 전국 주요 서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구암서원(대구시 중구 동산동)도 시설 개·보수 공사를 한 후 6월부터 전통한옥 숙박체험, 예절교실, 다도체험, 전통 태교교실 등 전통체험 교육장으로 거듭난다. 인흥서원(달성군 화원읍)도 최근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 명심보감 판각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추진, 서당체험과 명심보감 판( 유형문화재 제37호) 탁본체험을 하고 있다. 전국의 서원들이 깨어나 세상 밖으로 나서고 있다.

◆도심 속 병암서원-인성교육의 현장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에 있는 병암서원. 성주도씨(星州都氏)인 도응유(都應兪)와 경유(慶兪) 형제를 배향하고 있다. 병암서원은 지역 유림의 뜻을 모아 1786년 건립됐다. 1864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으나 1925년 중건하였다. 이후 후손들이 60억원을 들여 서원을 대대적으로 복원하여 2003년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했다. 대지 4천여㎡에 연건평 1천362㎡ 규모로 강당, 동재와 서재, 사당인 숭현사(崇賢祠), 쌍휘문(雙徽門), 소원문(紹源門), 정자, 종중회관이 있다. 서원 안에는 문집 목각판 200여 장과 교지 10여 점, 장원 급제한 과거시험 정답지 등 귀한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당당하게 복원된 서원은 2003년 대구시 우수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병암서원은 지역주민을 위해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태기 부원장은 "집은 잘 지어놨으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야 서원이 활성화된다"며 "청소년과 지역주민의 인성교육의 장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 해 전부터 (사)예절원 주관으로 예절교실과 다례교육 등 무료 전통 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도 인성'예절'전통다례 지도자 과정 무료 강좌(6일 개강·12월 4일까지 운영)를 한다. 최근엔 서원 내에 성균관 부설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 대구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차문화 예절원인 (사)현명원(원장 백현주)에서 연중 차 문화 교육을 할 계획이다. 도 부원장은 "청소년의 인성교육을 위해 돈 들여서 멀리 지리산 등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병암서원은 현대판 인성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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