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유연한 생각이 인생의 봄을 불러온다!

입력 2012-02-28 11:04:16

상식이라는 이름 아래 또는 나도 모르게, 당연한 듯 여기는 생각과 습관들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남겨뒀던 몇 가지 메모들을 오늘 함께 공유하려 한다. 필자는 머리에 섬광이 치는 듯한 찰나의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들이나 누군가는 이미 식상한, 꽤나 많이 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저이가 '꽤나 답답한 사고의 틀에 갇혔구나 내지 아직도 배움의 길이 멀었구나' 안타깝게 여기며 읽어주기 바란다.

첫 번째 이야기는 당신의 화장실 습관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겠다.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볼 때 여러분은 손을 씻고 화장실로 입장하는가? 아니면 퇴장 후 손을 씻는가? 취기가 돌아 기분 좋은 타이밍에 누군가가 화장실 얘기로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라서 내게서 묘한 향기가 나는가 내심 찝찝해하던 중에 상대는 내게 이 질문의 핵심은 '자신의 몸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손을 씻고 볼일을 보면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나 일을 보고 손을 씻으면 자신의 몸을 불결하다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손을 씻는 건 위생과 청결의 문제요, 이는 자신의 건강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니 둘 중에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화장실 들어가기 전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좀 더 생각해보면 볼일은 보기 전과 후가 모두 중요하다. 이용 전에 손을 씻는 것은 나를 위해서 필요하고, 이용 후에 손을 씻는 것은 이후에 접촉한 물건과 타인들을 위한 배려라서 또한 필요하니 말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인사에 관해서다. 방송 오프닝을 참신하게 쓰겠다는 이유로 작가는 소설부터, 잡지, 그리고 자기계발서까지 넘나들며 다독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여기에서 약간, 저기에서 약간 얻어 오프닝 하나를 완성하는데 2월의 어느 녹화에 고심을 한 오프닝이 바로 인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내용을 잠시 옮겨 보면-'노모스카'는 벵골의 인사말로 '당신의 마음 안에 당신의 신과 영혼에서 인사를 드린다'는 뜻이고요. 아프리카의 줄루족의 인사말인 '사보아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방송의 문을 열었다. 사실 우리도 인사에 마음을 담기는 매한가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식사하셨습니까?" 이는 끼니를 때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던 보릿고개 시절부터 시작된 인사라고 전해진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실 게다. 이 또한 어렵던 시절 추위와 굶주림으로 겨울 밤 사이에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우리의 인사는 어려운 시절의 방증 같아서 조금 헛헛하기도 하다. 한편으로 우리의 인사에는 상대의 형편과 상황을 살피던 마음이 묻어나서 또 다른 가슴 따뜻함이 숨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요즘은 '안녕하십니까'와 '반갑습니다'로 너무 대표적(?)인 인사들만 주고받는 것!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상대와 나의 기분을 바꿔주는 것이 인사! 지금부터는 봄맞이를 겸해서 조금 더 길어도 좋지 않을까. 다정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만남에서는 '봄처럼 따뜻한 이를 만나, 마음의 얼음이 녹았습니다.'상대가 비웃을지라도 길게 길게 읊어 주리라!

마지막 이야기는 스페셜 올림픽에 관해서다. 2013년 평창에서도 열리는 스페셜 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발달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라고 한다. 이전의 스페셜 올림픽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달리기 경기에서 8명이 출발했는데, 당연히 1명이 앞서고 7명이 뒤를 따라오는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결승점에서 일등으로 달리던 선수는 속도를 늦춰 꼴찌와 함께 들어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꼴찌를 제치면 경기를 자포자기할까 봐' 여기에 더해서 '같이 출발했으니 함께 들어가야 된다' 는 명답을 전했다고 한다. 1등 선수가 응당 꼴찌를 제치고 앞으로 달려나갈 것으로 상상하지만 스페셜 올림픽에서의 1위는 "함께, 더불어"가 더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달리기의 순위 정하기가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봄이다. 늘 오는 봄이지만, 똑같은 봄은 없으니 올해도 새봄이다. 봄을 맞아 머리에도 봄바람을 불어 넣고 유연한 사고를 즐겨 보자! 피부에는 봄이 내려와 앉는데, 마음과 머리가 겨울이면 세상도 경직된다. 모두에게 유일한 평등인 시간. 그 중에서도 계절의 여왕인 봄에는 모두의 머리와 마음이 하늘하늘해지기를 바란다.

성교선/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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