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칠곡 등 7개 보, 강 바닥 패는 세굴현상

입력 2012-02-28 10:53:39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 중 칠곡보와 구미보, 백제보의 강바닥에서 추가로 강바닥이 패는 세굴현상이 발생, 4대강 사업의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13∼24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구간 내 15개 보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낙동강 칠곡보, 구미보, 금강 백제보 등 3개 보의 바닥보호공 아래쪽 강바닥에서 세굴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세굴현상이 발생한 곳은 7곳으로 늘어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고 20m까지 강바닥 팬 사실이 드러난 창녕함안보 하류 외에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보의 최대 세굴 깊이는 백제보 6.7m, 칠곡보 4.3m, 구미보 3.9m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세굴이 깊은 백제보의 경우 추가 세굴을 막기 위해 다음달 말까지 바닥보호공 보강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는 바닥보호공 끝에 불투수성 시트파일(강철판)을 박아 안전성을 높이고 세굴된 강바닥에 맞춰 경사면을 사석, 돌망태 등으로 보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칠곡보와 구미보의 경우는 세굴 깊이가 얕고 세굴된 지점 1m 정도 아래 암반층이 있는 등 암반까지의 토사층이 5m에 불과해 별도 보강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국토부는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지난해 여름 홍수 때 달성보, 강정고령보, 합천창녕보에서도 7~9.8m의 세굴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달성보와 강정고령보는 그동안 바닥보호공을 보강해 이번 점검에서는 추가 세굴이 발생하지 않았고 합천창녕보는 현재 보강 중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모든 보의 보수 공사는 다음달 말까지 마칠 예정이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여름 홍수기나 하천 공사 중에 세굴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보 하류부에서 처음 발생한 세굴이 진행됨에 따라 흐름 강도가 약해져 점차 안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보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 본부장은 이어 "바닥보호공, 하상 세굴 등 민관합동 특별점검을 통해 준공 이전에 완벽하게 보완하고 향후 점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창근 관동대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는 보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세굴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실 설계와 시공이었다는 증거"라며 "수리모형실험 같은 안전점검이 설계 전에 진행됐어야 하는데 속도전을 이유로 공사 중에야 요식행위로 진행됐기에 세굴현상과 같은 부작용은 예견된 것이다"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국토부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구경북의 6개보 전 구간에서 크고 작게 세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4대강 공사 부작용 현상들을 축소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강하면 된다는 식의 땜질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전문가를 포함한 민간점검단 구성을 제안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7일 성명을 통해 "이달 20일 발표된 민관점검단은 4대강 찬성인사와 공사 추진 기관들로 구성해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국토부는 안전하다는 말로 국민들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말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전문가를 포함하는 공동 정밀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등 민간전문가로 꾸려진 '생명의 강 연구단'은 다음달 1일부터 4대강 살리기 공사현장을 방문해 정밀조사에 나선다. 조사결과는 다음달 말쯤 발표될 예정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키워드=세굴(洗掘)현상

흐르는 물에 의해 강이나 바다의 바닥이 패거나 침식돼 물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