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군에 갈 아들과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았다. 자신의 미래를 자유롭게 펼치는 아들의 아름다운 예술적 경험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도 빛나는 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다. 천재음악가의 예술적 열정과 광기가 잘 묘사된 '모차르트'는 나와 아들이 내적 감흥을 같이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광기가 낳은 위대한 음악과 열정은 그를 '청광'이라 칭할 만하다. 청광(淸狂)은 '마음이 깨끗하고 청아한 맛이 있으면서도 하는 행동이 상규에 어긋남'이라는 뜻이다. 자유의지의 일탈(逸脫)인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있어 청광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창작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이것은 문학이나 미술, 음악 등 예술전반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남기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나 역시 화가로서 청광을 동경한다.
관중을 사로잡은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역동적인 삶은 음악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는 부분에서 절정을 이룬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릴 만큼 쇠약해진 시기에 '레퀴엠'(Requiem)을 작곡한 것은 모차르트 자신의 죽음의 노래로 생명을 바꾸는 결과가 되었다. 자신이 진혼곡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천재 작곡가의 격렬했던 예술적 영혼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예술가들을 미치게 하는 온전히 다 태워버리는 '청광'의 매력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 광적인 화가 중 반 고흐는 아주 유명하다. 36세 때 작품인 '귀를 자른 자화상'은 전율마저 느껴진다. 또 고흐보다 330여 년 앞서 중국 명대 자유분방하고 혁신적인 화가 서위의 광기도 충격적이다. 내면에 잠재한 그의 광기는 머리를 도끼로 찍거나 3치나 되는 대못을 귀에 박는 등 기이한 행위로 가슴 속 울분을 분출하면서 이를 먹의 유희로 승화시켰다.
또한 예술가들에게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효과에는 술과 자연이 일종의 지독한 중독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예술가들이 술과 자연에 미쳐 비롯된 그들의 청광은 여러 일화를 쏟아내었다. 술에 취에 흥이 솟아야 붓을 잡는 중국 당나라시대의 장육은 그 붓조차 번잡스러울 때면 머리채를 먹물에 적셔 글씨를 한바탕 써내려갔다. 그의 극적인 창작 태도를 사모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한다. 또 조선후기 산수화와 인물화에 능했던 최북은 평소 여섯 되 이상 술을 마시는 주광(酒狂)으로 술값을 위해서라면 그림 팔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림 한 폭이라도 팔 때면 열흘 동안 오로지 술만 마셨다한다. 또 금강산 구룡 안 절경 속에서 술에 잔뜩 취하여 "천하 명인 최북은 마땅히 천하 명산에서 죽어야한다" 고 외치며 못으로 몸을 날린 일화도 눈에 띈다.
외국여행지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무심함은 낯선 곳에서의 긴장이나 불안감보다 오히려 해방감에서 행동이 자유로워진다. 이런 유연함이 사소하게 맛 볼 수 있는 청광의 느낌일 것이다. 술에 취해 채석강을 건널 때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은 이백의 불행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유로운 청광은 작가 자신의 직관력과 흔들리기 않는 삶의 주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얽매이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광일함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쳤다고 여겨지는 일탈의 행위를 통해 탄생하는 풍류와 작품들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대변해준다. 고로 나는 예술가의 청광을 무한히 확대해석 하고 싶다.
변미영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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