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리스, 스타기업도 문전박대

입력 2012-02-22 10:02:51

외투 유치 목표만 고집, 토종업체 무조건 외면

테크노폴리스 공사 현장. 매일신문 자료사진
테크노폴리스 공사 현장. 매일신문 자료사진

대구 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 일원 경제자유구역)가 토종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다(본지 2월 15일자 11면 보도)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기계금속 분야의 대구 스타기업 2개사가 공장 증설 부지로 테크노폴리스 입주를 희망하고 있지만 개발 주체(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는 외투 기업 유치라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목표를 고려할 때 토종기업에 대한 용지 분양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토종기업이 지역에서 땅을 구하지 못해 외지로 나가야 할 판"이라며 경제자유구역 산업용지 분양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토종기업 문전박대?

2009년 대구시 스타기업으로 선정된 A사는 기계 부품 전문 업체로, 지난해 말 '삼천만불 수출 탑'과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땅'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기존 공장 포화로 신규 공장 부지를 물색하던 중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의 테크노폴리스 4만9천500㎡(1만5천 평) 분양을 신청했으나 '불가' 통보를 받은 것.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기업 경쟁력은 인정되나 외투 유치용으로 남겨 둔 땅을 풀 수는 없다, 테크노폴리스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지를 살려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용지 분양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A사 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답답해 하고 있다. A사는 제품의 90% 이상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수출 기업이다. A사 대표는 "외자 유치가 뭐냐. 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웬만한 외투 기업보다 나은 토종 수출 기업을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A사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공장 착공에 들어가야 해 테크노폴리스 입주가 무산될 경우 경산 진량, 칠곡 왜관 등지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

2010년 연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B사 역시 땅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07년 초대 스타기업이자 한국수출입은행의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 프로젝트(히든챔피언)에 이름을 올린 기계금속 분야 수출 업체로 테크노폴리스 6만6천㎡(2만 평) 분양을 신청했으나 마찬가지 이유로 외면당했다.

대구시는 "B사는 정부가 선정하는 글로벌 기업 지정(월드 클래스 300)에 도전하고 있는 강소기업이지만 테크노폴리스 입주가 거부돼 타지역 공장 증설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제자유구역청이 성과도 없는 외투 유치에 사로잡혀 토종기업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투' 포기하나 마나?

경제자유구역 지정 10년째를 맞아 지난해 9월 작성된 인천 경제자유구역 성과와 개선방안 보고서는 제조업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외국인직접투자) 유치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투 유치를 위해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국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봤다. 외투 우선 정책 및 과잉 기대 심리로 인해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계약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투 유치를 강조하는 기존 정책과 관행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외투 유치 성과 또한 기대 이하 수준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의 2004년 이후 누적 외투 유치 규모(FDI 신고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41억4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960억7천만달러)의 4.3%에 불과하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역시 지난 3년간 외투 유치 실적이 단 3건(7천7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외투 유치가 고작 1건(2천600만달러)에 불과한 테크노폴리스의 경우 전체 산업단지 155만㎡ 중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수도권에서조차 힘든 외투 성과가 대구경북에서 단번에 나오기는 어렵다. 지역 경제자유구역 정책 변화는 수도권보다 더 시급하다"는 반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외투 유치 정책 변화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이후 연간 외국인투자유치의 20% 이상을 경제자유구역에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당장 성과가 없다고 외투 유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외투 유치로 묶어둔 대구 테크노폴리스 66만㎡(20만 평) 이상을 계속 남겨두겠다는 입장으로, 글로벌 대기업을 유치해 한꺼번에 분양하는 전략과 군소 외투 기업 유치를 병행할 예정이다.

시와 경제자유구역청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 기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달성군 구지면 일대 852만㎡)가 2012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면 당장의 토종기업 용지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는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땅을 가까이 두고 입주까지 몇 년이나 걸리는 땅을 기다리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경제자유구역청과 협의해 스타기업 2개사 입주부터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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