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형제 소송, 지배구조 타격 없을 듯

입력 2012-02-15 10:09:38

이맹희씨, 이건희회장에 상속분 반환 청구…패소해도 에버랜드 보험지주사는

삼성그룹이 형제 간 상속 소송에 휘말리면서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동생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해 최대주주가 바뀌면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맹희 씨는 14일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보험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소송 금액은 7천138억원 정도다.

이맹희 씨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내 상속분에 맞게 주식을 넘겨 달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천문학적 소송 금액뿐만 아니라 소송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 4천151만여 주(지분율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작년 6월 말 기준)다.

만약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서 패해 이맹희 씨에게 주식 824만 주(4.12%)를 넘기게 되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지분율 19.34%)로 바뀌고, 보험지주사가 된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제19조)에 따르면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된 금융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천62만여 주(7.21%)를 일부 매각해야 한다.

결국 현재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 수직적으로 연결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고리가 끊어지게 되고, 그룹은 금융과 전자로 나뉘게 된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삼성생명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인 소송을 근거로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를 논하기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설령 이건희 회장이 소송에서 패소해도 삼성에버랜드가 보험지주회사가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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