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수업 전면시행] <하>지역사회가 함께 돌보자

입력 2012-02-15 10:51:59

동네 배움터 개설 등 '학교 틈새 메우기' 십시일반 힘 보태야

주5일 수업제 도입으로 교육에 대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연계가 절실한 가운데 어머니들이 중심이 돼 함께 자녀를 가르쳐온
주5일 수업제 도입으로 교육에 대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연계가 절실한 가운데 어머니들이 중심이 돼 함께 자녀를 가르쳐온 '와룡배움터'가 화제다. 배움터에 들른 초등학생들이 함께 동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3월부터 시행되는 주5일 수업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토요일마다 모든 학생들을 학교가 떠맡기에는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별도의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예산 사정은 넉넉지 않다.

제도 안착을 위해 학교, 가정,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키운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엄마들의 힘으로 키워요, 와룡배움터

"이젠 엄마가 등 떠밀지 않아도 여기 와서 놀고 공부도 해요."

김송(선원초교 4학년) 군은 1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후원하고 있는 '와룡배움터'(달서구 이곡동)에 다녔다. 여기서 송이는 동화책을 보고 학교 친구들과 함께 배움터 앞 놀이터에서 뛰놀기도 한다. 송이에겐 이곳이 집이나 마찬가지. 하교 후 영어학원 수업 때도 이곳에 들렀다 갈 정도다.

"여기 오는 게 즐거워요. 특히 미술 수업을 할 때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축구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게 조금 아쉽긴 해요."

주5일 수업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일찌감치 방과후,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05년 학부모 5명이 중심이 돼 공부방을 꾸린 '와룡배움터'가 그곳. 현재 30명 내외의 학부모 후원자들이 월 1만~5만원을 내 운영 중이다.

13일 찾은 와룡배움터에서는 초등학생 10여 명이 둘러앉아 동화책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고, 맞은편 벽에는 동화책과 학습만화책이 가지런히 꽂힌 책장이 서 있었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 14명 정도. 학부모 후원자의 자녀뿐 아니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와룡배움터는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내는 돈은 매월 5만원.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 학생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 방학 중 점심 급식도 빠지지 않는다. 살림은 늘 적자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독서 수업, 동화구연, 기타 수업, 산행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학생들을 위해서는 수학, 영어, 논술도 지도하고 있다.

와룡배움터도 주5일 수업제를 앞두고 고민이 더 늘었다. 아직 올해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어떻게 꾸릴 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 이곳 신필녀 대표는 "학생들 관심 분야별로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해볼까 생각 중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전문 지식을 가진 후원자를 찾아야 한다"며 "상근자 2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는 이들의 자원봉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전체가 힘 모아야

대구시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시민, 각 기관'단체와 연계해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학교 34개교에 1천만원씩 운영비를 지원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동'서'남부와 달성교육지원청별로 초'중학교 각 4개교씩 학부모가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 참가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학교 16곳만 추천받아 운영비를 부담할 뿐이다. 나머지 학교들은 학교 예산 내에서 토요일 활용 계획을 짜야 한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지역사회의 도움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대신 시교육청은 각 기관'단체와 협약을 맺고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하는 한편 재능기부, 공간기부 등 개인의 교육기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동부교육지원청과 남부교육지원청은 지역 주민, 대학교수 등으로부터 명사 특강, 특기 교육 등 교육기부를 받아둔 상태. 서부교육지원청은 대학, 서구와 북구생활체육협의회, 서구의사회 등 34개 기관과 달성교육지원청은 54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지자체도 토요일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구시 소방안전본부가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체험관과 각 소방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수성구청은 올해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를 만들어 학교와 각 기관'단체와의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서구청은 9월부터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역사체험교실, 진로체험학습, 체육교실, 자원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달성군청은 '우리 고장 문화체험 스토리텔링 체험학습'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달서구청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달서구청은 4월부터 달서어린이도서관에서 '어린이 고전학교', 본리도서관에서 역사논술 등 '도서관과 함께하는 토요교실'을 운영하고, 달서구첨단문화회관에선 분기별로 기타, 수채화 등 청소년 특기'적성강좌 등을 진행한다. 동 주민센터들도 어린이 과학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시교육청은 이미 창의적체험활동지원센터 홈페이지(http://crm.dge.go.kr/index.jsp) 내에 '토요학교' 코너를 개설, 우수 사례와 각종 체험활동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안영자 장학사는 "체험학습 등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이 알차게 운영되려면 각 학교당 전교생의 30~40%만 학교에서 떠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주5일 수업제를 맞아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생들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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