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가해자 엄벌 초점…성적지상주의 개선 뒤따라야

입력 2012-02-06 10:42:54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숨기려다 적발 땐 금품수수 등 수준의 징계

정부가 6일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자를 엄정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학교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점이 예전 정책들과 차별된다. 하지만 일진경보제 등 일부 정책은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고, 현장 교사의 부담만 늘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종합대책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해졌다.

학교장은 가해 학생에게 즉시 출석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리는 기간에는 학교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어 피해자가 고통을 견디다 못해 전학하거나 보복 폭행을 당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제도가 개선된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 피해 학생은 경찰의 동행보호를 받을 수 있고, 필요시 경찰이 가해 학생을 감독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의 피해 학생 보호조치 중 '전학 권고'는 없어진다. 애꿎은 피해자가 전학을 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상급학교 진학시 피해 학생을 배치한 뒤 가해 학생은 추후 배정하는 등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도록 한다.

치료비 지원도 강화된다. 학폭위가 조치를 결정한 사안의 경우 학교안전공제회가 피해 학생의 상담'보호'치료비를 부담한 뒤 가해 학생 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가해 학생에 대한 대응은 강화된다. 보복행위를 한 가해 학생은 출석정지에 제한이 없어져 최소 수업일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유급된다. 학폭위가 가해 학생에게 전학 조치를 내린 경우 지역 교육장이나 교육감은 피해자 보호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전학시켜야 한다. 전학 조치를 받은 가해 학생은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학부모 동의 없이도 가해 학생의 심리치료를 추진할 수 있고, '특별교육' 조치를 받은 가해자의 학부모도 특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장과 교사의 책임도 늘어난다. 학교폭력을 숨기려다 발각되면 교장과 관련 교원은 금품수수, 성적조작, 성폭력, 신체적 폭력 등 4대 비위 수준의 징계를 받는다. 또 올해부터 교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대책들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학교 폭력 서클을 막기 위해 도입한다는 '일진경보제'의 개념이 모호하고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진지표'를 개발, 정기적으로 무기명 표본조사한 뒤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면 '일진경보'를 가동하고 학교폭력 조사담당자 등이 개입한다는 구상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복수담임제'가 시행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는 조치의 경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부가 아닌 별도 카드에 기록해 초'중'고에서 관리하다가 고교졸업 후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 도입 요구가 있었던 '형사처벌 연령 하향'(만 14세 미만→만 12세)은 이번에 빠졌다. 폭력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대책이 나온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초4~고3 대상 전수조사의 경우도 이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참교육학부모회 문혜선 상담실장은 "학교폭력을 가해자 처벌 강화나 제도 개선으로 근절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교육당국이 성적'평가지상주의 풍토를 학교 현장에서 내보내고 교사들이 학생생활지도를 엄연한 '업무'로 여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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