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지났다. 설 한파가 아무리 심한들 온 가족이 모여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만들어 낸 열기는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집안은 신정에 모였기에 이번 설날에는 아들 며느리만 모여 여섯 식구가 단출한 시간을 보냈다. 나름 며느리들에게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자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문득 시어머니와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명절기간 동안 내가 며느리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시어머니가 내게 하시던 행동들과 닮아있음에 무척 놀라곤 했다. 결국 나의 행동들이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듯이 우리 며느리들이 나와 어떤 관계를 엮어가느냐에 따라 손자며느리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니 다시금 나의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렇게 설을 보내고 난 이튿날 미국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서 병원에 가서 심장검사를 했더니 심장으로 가는 대동맥부위에 문제가 있다고 한단다. 그리고 동생이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도 심장병을 앓으셨지? 그 때문에 돌아가신 거지?" 순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엄마는 고혈압 정도였지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생이 심장병으로 진단을 받자마자 자기 질병이 대물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가족의 질병 내력을 가족력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질병에 대해 신경 써야 하는데 이는 대물림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물림 질환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이 있고, 심장병이나 암 등도 포함된다.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생활습관도 질병 대물림의 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집안에 가족력 질병이 있다면, 남들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일찍 정밀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나쁜 생활습관에 의한 가족력인 경우에는 규칙적 운동과 식생활 개선 등 꾸준한 노력을 일찍부터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북한 지도자의 담배가 3대째 대물림되었다고 보도되었다. 권력 3대 대물림도 문제지만 담배 3대 대물림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권력을 대물림할 순 없겠지만 이렇게 대물림되는 나쁜 습관이 없는지 한 번 점검해 봤으면 한다.
이제 곧 손주 볼 나이인 우리들! 좋은 시어머니가 되고 시아버지가 되는 것만큼 건강 대물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기에 질병이 없나 확인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건강을 대물림하는 뿌리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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