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떠납니다"…불출마 선언한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

입력 2012-02-03 10:17:48

'박수칠 때 떠나라.'

정상에 오른 이들은 언젠가 다시 내려와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떠나야 할 때를 알기는 어렵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인중 회장이 내달 임기를 마치고 상의회장직에서 물러난다. 2006년 3월 대구상의 제 19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연임을 거치며 6년동안 지역 경제계의 수장 역할을 했다.

3선 권유가 많았지만 '지역 경제계 새바람'이 필요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이 회장을 만나 재임 6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첫 취임 후 3년, 그리고 재임 후 3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은 "최선을 다했지만 당초 구상하고 뜻하던 바를 모두 이루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다만 6년 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가장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계 안팍에서는 이 회장이 재임기간 기업과 정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역 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했고 중견기업과 향토기업 육성 제도 마련, 법인세율 인하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 재임기간 대구 상의는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와 호암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두 행사 모두 지역 경제인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를 알리는 데 일조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회원 수 증가다.

상공회의소 위상과 역량 강화를 위해 회원업체를 늘리는 데 집중했고 1천800여 개였던 회원업체 수가 지금은 5천800여 개로 확대됐다.

덕분에 상공의원 수도 60여 명에서 110여 명으로 늘어났다. 상공의원의 업종이 다양해졌고 여성상공의원수도 증가해 지역 경제계가 협력을 이루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또 지역에서 사랑받는 기업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임기가 만료돼 다음 회장에게 그 역할을 넘겨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공항 무산 아쉬움

이 회장은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미완으로 남은 '지방 불균형'문제를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동남권 신공항 유치다. 6년 동안 추진했던 일 중에'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 유치'에 실패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상의 회장으로서 초지일관 추진하고자 했던 목표가 수도권에 비해 소외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며 함께 발전하는 지방의 모습이었다"며 "그러한 꿈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였던 신공항이 무산된 것은 큰 아픔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못다한 아쉬움은 차기 회장에게 넘겼다.

그는 "지금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차기 회장은 '경제계의 협력'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며 "단합하지 않은 상의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지역 안팎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조건은 분명히 했다. "상의 회장은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젊고 유능하고, 지역의 화합을 이끌어낼뿐 아니라 자신의 기업이 지역에서 떳떳하고 인정 받는 경영자가 다음 회장자리에 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이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나만의 방식으로 지역에 봉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좀 더 잘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회장 자리에 미련은 없는 만큼 다들 웃으며 반겨줬으면 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