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의 시와 함께] 눈 속의 사막(문인수)

입력 2012-01-30 07:32:23

눈에, 두어 알 모래가 든 것 같다.

안구건조증이다. 이럴 땐 인공누액을 한 두 방울

'점안'하면 한결 낫다. 이건… 마음의 사막이 몰래 알 슬어 공연히 불러들인 눈물이다. 하긴,

사람의 눈물은 모두 사람이 만드는 것. 그 눈물 퍼 올려

너에게로 가야 하는 메마른 과목이 있다.

"눈에 밟힌다"는 말은 참 새록새록 기가 막힌다. 그 누군가를 하필 가장 예민한 눈에다 넣고, 그 눈으로 자주, 사무치게 자근자근 밟아댔을 테니,

어찌 아프지 않았겠나, 눈앞이 정말 깜깜하지 않았겠나, 그래, 눈물 나지 않았겠나.

그리운 사정을 이토록 가슴에 박히는 듯 압축한, 극에 달한 절창이

세상 어디에, 언제,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눈에, 그 엄청난 황사를 설마 다 몰아넣고 그걸 또 남김없이 밟으며 끝까지 헤쳐 갔겠는지… 아무튼, 사람의 눈물은 실로 무진장해, 그 강물

그 눈에, 방울방울 댔을 거다. 그러니까, 낙타는 제 눈 속의 배다. 하지만 본래,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것이 그리움 아니냐. 눈에, 눈물은 또 여물처럼 모래를 씹는 짐승,

그 슬픔 건너는 길이었을 것이다.

서정적으로 순도가 높은 시를 보여주는 문인수 시인이 또 좋은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엔 눈물 이야기네요. 시인은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나 봅니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듯 불편한 증상에서 시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눈에 밟히는 모래는 '마음의 사막'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래서 눈물이 나고, 우리는 그 눈물로 일상의 메마른 사막을 건너 '너'에게로 가는 겁니다. 그리움이란 이처럼 누군가를 눈에 넣고 밟는 것처럼 아픈 것이고 눈물겨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 엄청난 황사, 그 넓은 사막을 눈물로 건너는 우리는 낙타입니다. 낙타는 모래가 밟히는 눈 속을 건너는 배이고요. 세상에, 안구건조증에서 시작하여 그리움의 본질에 닿는 이런 여행도 있습니다.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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