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고사리·버섯… 산에서 億 소리가 난다

입력 2012-01-28 08:00:00

'억대 부농의 꿈' 일구는 사람들

호두 농사로 연매출 10억원을 올리고 있는 김형광 씨가 호두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모현철기자
호두 농사로 연매출 10억원을 올리고 있는 김형광 씨가 호두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모현철기자
신상근 씨는 20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제 2의 인생을 산에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고사리를 재배하고 있다.
신상근 씨는 20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제 2의 인생을 산에서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고사리를 재배하고 있다.

'산에서 富를 캐다.'

경북의 산이 바뀌고 있다. '바라보는 산'에서 '먹고사는 산'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의 산림면적은 1천343ha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고, 도 전체 면적의 71%를 차지한다. 사유림 면적은 977ha로 전국 1위다.

그동안 산림 면적은 넓지만 산림에서 생산되는 소득은 적었다. 이제까지 산은 그저 '바라보는 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산림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산지 부농(富農)'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호두 농사 연매출 10억원

25일 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대산농원. 해발 400m의 야산에는 빽빽하게 호두나무가 들어서 있었다. 국내에서 단일 규모로 가장 큰 농장인 대산농원에는 호두나무가 4천 그루, 매실나무가 6천 그루 있다.

15년 전 야산에서 호두나무 농원을 일군 주인공은 김형광(68) 대표. 공군 소령 출신인 김 대표는 1979년 예편 후 호텔업에 종사했지만 10년 만에 그만뒀다. 곧바로 충북 영동에서 5년간 과수원을 경영했다. 이후 군 동료가 운영하던 전자제품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했지만 4년 만에 퇴사했다. 그러다가 호두 농장 경영을 결심했다.

2년여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임야를 알아봤다. 적절한 산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전국을 헤매다가 임야를 발견하면 토양 일부를 추출해 호두 재배에 적절한지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 나무가 비바람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흙의 깊이도 쟀다. 농장 부지를 조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넓은 면적과 청정지역, 고지대였다.

마침내 발견한 것이 지금의 대사리 임야였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뛰놀며 수풀이 우거진 청정지역이다.

안동지역은 강우량이 적고 쾌적한 날이 많아 호두 재배에 적합했다. 대산농원의 주력 분야는 호두나무다. 15년이 흐른 지금, 한 그루당 수확량은 40㎏으로, 많게는 80㎏까지 열매를 맺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순수익은 7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호두는 다른 농사에 비해 경작비가 적게 든다"면서 "1년에 제초 작업 두 번과 수확비용만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산농원에서 경작하고 있는 호두가 일반 호두보다 1.7배 크고 껍질이 얇으며 알이 꽉 차고 고소한 맛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1㎏에 3만원을 호가하지만 수량이 부족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 김 대표는 앞으로 5만 그루의 호두나무를 심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호두를 가공해 초콜릿으로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호두를 안동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고사리, 산양삼, 표고버섯 다양

청송군 부남면 양숙리 푸른숲농장. 농장대표인 신상근(61) 씨는 20만㎡의 산에 고사리를 심었다. 신 대표는 20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제2의 인생을 산에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신 대표는 2007년 청송으로 귀농, 임야에 고사리를 심기 시작했다. 신 대표는 임야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신 대표가 고사리를 선택한 것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데다 친환경적이고 '실버 영농'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고사리는 공급부족으로 매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건고사리의 도매가격은 ㎏당 6만원에 달했다. 영농기간은 연간 90일에 불과하다.

신 대표는 지난해 고사리 20t을 생산해 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영농비가 적게 들어 순수익은 8천만원에 달했다. 올해는 고사리 50t을 생산해 3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앞으로 호두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신 대표는 "땅 속에는 고사리를 심고, 땅 위에는 호두나무를 심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면서 "산림은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경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이정무(68) 씨는 연간 32억원을 매출을 올리고 있다. 표고버섯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표고버섯은 연중 재배할 수 있다"면서 "산촌 주민들의 소득증대 사업으로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영주에서 산양삼을 재배하고 있는 안대영(50) 씨의 한 해 수입은 15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산지 부농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경북도는 산림에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산림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호두나무, 고사리 등 장'단기 임산물을 심는 대단위 산림복합경영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도내 전체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라보는 산'에서 '먹고사는 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북도 김종환 산림녹지과장은 "호두, 고사리, 표고 등 임산물 생산을 통해 억대 부농을 이룬 현지 전문가들을 경영 컨설팅 지원단으로 위촉해 산촌 주민들의 소득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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