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가치, 그 속에 깃든 정신·문화
경북의 종가문화/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지음/ 예문서원 펴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생각해보면 이 말이 반드시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특색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를 우러러보고 존중하며 부러워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인 것에 더해 세계인의 마음과 영혼을 끌어들일 만한 뭔가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존경하며 감탄할 수 있는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오랫동안 고민해온 결과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종가(宗家)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건축물로서 종가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매력적인 것은 그 속에 깃든 정신과 문화이다. 세계인들이 종가문화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게 될 때, 저절로 감탄하게 되고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북은 우리나라 종가와 종가문화의 보고(寶庫)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종가 고택만도 120여 개소에 달하고, 비지정 종택을 포함하면 240여 개소에 달한다. 그동안 종가는 양반문화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종손, 종부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종가문화는 급격하게 훼손되고 사라져왔다.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경상북도는 2009년부터 종가문화를 효율적으로 보존'활용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경북 종가문화 명품화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교양서로 '경북의 종가문화 시리즈 10권'을 출판했다. 앞으로 100여 권의 종가문화 관련 서적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종가의 뿌리와 역사, 그 정신의 깊이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첫 번째 시리즈에서는 경북의 대표적 종가 10곳을 선정하여 각 인물의 생몰연대에 따라 순서를 잡고, 종가의 입지 조건과 형성 과정, 역사, 종가의 의례 및 생활문화, 건축문화, 종손과 종부의 일상, 그리고 가풍의 전승 등을 일반인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내용 면에서도 철저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각기 집필함으로써 종가별 특징을 부각시켰다.
경북도의 종가문화 명품화 전략은 출판에 그치지 않는다. 종가별 상징을 이미지화 한 문장(紋章)'인장(印章)의 저작권 등록을 마쳤고, 교동법주(경주 최씨 고택) 호산춘(문경 장수황씨 종택) 음식디미방(영양 석계종택) 등 종가별 브랜드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미 국내외 홍보활동을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했고, 올해는 영'중'일'불어 등 4개 국어로 번역한 DVD 1천 장을 제작해 세계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시리즈는 종가 관련 자료의 기록화를 통해 지역 종가문화의 보존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종가문화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