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불안한 시민의 발'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기사들이 운전 중에 갑자기 쓰러지거나 기절하는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19일 서울에서 대구로 향하던 고속버스 승객들이 "운전기사가 귀신 이야기를 하고 울다가 웃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며 승객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순찰차 5대를 동원해 고속버스를 추격해 버스를 멈춰 세웠다. 또 이에 앞서 15일 오후 12시쯤 강원 원주시 신림면 금창리 치악휴게소를 3㎞가량 앞둔 도로에서 시속 100㎞ 넘는 속도로 달리던 안동행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 김모(53)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운전석 오른쪽에 앉아 있던 승객이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급기야 정부가 25일 버스운전자격제를 도입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내버스도 안심 못해
'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에는 인천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신호대기 중 갑자기 숨졌고, 같은 해 10월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에서 60대 전세버스 운전자가 심근경색으로 정신을 잃고 운전대를 놓는 등 시내버스 기사들의 건강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 '고정 기사'들은 오전'오후 근무 시스템으로 일하고 있지만 비번날 '대타'로 운전대를 잡는 '예비기사'들은 불규칙한 근무와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경우가 많다.
대구 시내버스 운전자 3천700여 명 가운데 15%가량이 예비기사다. 시내버스 예비기사로 5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정모(41) 씨는 하루에 4시간도 채 못 자는 날이 허다하다고 했다.
휴식 시간도 최대 20분으로 끼니를 건너뛰기 일쑤이고 차가 많이 밀리는 노선을 운전하는 날에는 아예 쉬지도 못한다.
정 씨는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면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하는 날이 잦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허리가 아프다"며 "6일에 한 번 쉬는 날에 등산도 하고 건강관리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근무 시간이 길어 힘에 부친다"고 했다.
하지만 기사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검사하는 시스템은 부실하다. 운전기사 대부분이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 운전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어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관리 시스템 허점
고속버스를 운전한 지 4년째인 서모(50) 씨의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은 10시간 30분. 휴일은 6일에 한 번꼴로 찾아온다. 퇴근 시간도 오후 8시에서 11시까지 들쑥날쑥한데다 다음날 새벽 5시 30분 첫차 운행까지 겹치는 날이면 잠을 3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서 씨는 "대구에서 수도권 등지로 장거리 운전을 뛰는 기사들은 하루에 13시간 30분씩 운전대를 잡는데 건강을 챙길 시간이 어디 있냐"며 "회사에서는 20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일하면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된다. 생계 때문에 24일 이상 일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건강을 관리하는 제도는 허술하다. 버스나 택시 등 영업용 차량 운전자는 정기적으로 운전적성 정밀검사를 받지만 운전자의 건강을 확인하는 항목은 없다. 게다가 3년 동안 사고를 내지 않은 운전자는 검사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사 관계자는 "검사 항목 중에 인성검사가 있어 기사들의 사회성을 평가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운전자들의 건강까지 체크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버스 기사들의 건강이 승객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살인, 강도, 강간, 강제추행,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마약 복용 등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20년 동안 택시운전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버스운전자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오는 8월부터 버스운전자격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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