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시작됐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뒤로하고 한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일가친척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향하는 귀향객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반기고 절로 즐거워지는 명절도 일부에서는 고통이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처지가 못 되거나 고향을 등진 새터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명절은 풍요로움 뒤에 가려진 상실의 시간이기도 하다.
명절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주변의 이런 불우한 처지의 이웃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명절에도 즐거움을 함께 나눌 가족이 전혀 없는 홀몸 가구나 새터민,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등 우리가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 이웃이 많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서로 기뻐하며 따뜻한 정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만 5천여 명에 달하는 대구 지역 결식 아동에 대한 급식 문제는 놓칠 수 없는 일이다. 결식 아동에게 설 명절은 자칫 굶고 지내야 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급식 지원 사업 가맹점으로 등록된 음식점이나 지원 기관들이 쉬면서 급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대구시가 이를 감안해 '설 연휴 아동 급식 특별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잘한 일이다.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새터민의 명절 감회 또한 남다를 것이다. 국내 새터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2만 3천 명을 넘어섰다. 대구에 정착한 새터민만도 700명에 달하고, 경북 지역에도 비슷한 숫자의 새터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향은 이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마음의 고향이다. 망향의 애통한 심정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설을 맞아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구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행사가 여기저기서 열리는 것도 명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록 일과성의 행사이지만 외국인들이 명절 음식과 한국 전통문화를 함께 체험하면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나 일부 종교기관, 사회센터, 부녀회 등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도 함께 나누며 융화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명절이어도 명절이 아닌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나누는 설이야말로 진정한 명절이다. 이번 설은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명절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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