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말문 열다…"불출마, 참 잘한 일 독한 몸살 한나라 빨리 털고 일어나길"

입력 2012-01-21 07:56:19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매일신문 기자와 만나 근황과 최근 정국 상황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매일신문 기자와 만나 근황과 최근 정국 상황에 대한 소회를 말하고 있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던 19일 오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모처럼 사무실에 출근했다.

4'11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거의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던 이 전 부의장은 눈에 띄게 피곤하고 수척한 모습이었다. 그동안 국회의원회관 이 전 부의장실 방문은 닫혀 있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다소 여유를 찾은 듯한 편안함도 엿보였다.

"(불출마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포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원했지만…. 중앙에서 쇄신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나이도 많고 선수(選數) 많은 사람이 길을 비켜줘야지 그냥 있으면 걸림돌이다. 원로로서 밑거름이 돼줘야 한다. 사람이 순리대로 생각해야지. 자기 욕심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의 입에서 '순리'(順理)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불출마에 대한, 혹은 차기 국회의장직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은 정치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초연함'같은 것이 풍겼다.

"한나라당과 나라가 잘 돼야지"라고 불쑥 내뱉는 말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하루 빨리 지금의 상황을 수습,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기대에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 묻어 있었다.

"한나라당이 지금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하다. 빨리 안정돼서 공천을 끝내고 열심히 해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바랄 뿐이다. 다른 것은 없다."

박 위원장과 비대위 체제에 대한 지지선언이었다.

"박 위원장에게서 아주 강력한 리더십이 보인다. '보수'를 넣니 빼니 하는 논란을 한 마디로 잠재우고, '재창당' 운운하는 이야기도 분명하게 선을 긋더라. 예전에는 그런 점(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줄 몰랐는데 다시 보게 됐다. 지도자는 중심을 잡고 돌파할 줄 알아야 하고, 분명한 입장이 있다면 끝까지 끌고 나가는 고집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박 위원장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삐걱거리는 듯한 비대위에 대해서도 그는 "처음부터 말도 못하게 하면 안 된다"며 "처음엔 엇박자도 내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노출했는데 국민들에게 신선해보여서 좋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이라는 뜨거운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 전 부의장은 "각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말은 삼가야 한다. 여러 가지 경우를 다 검토하고 어느 것이 재집권에 유리한 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어떻게든 잘 이용해야지, 감정풀이처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지 (이 대통령과) 형제로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1997년 대선 때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면서 김 대통령 지지하던 부산경남지역 300만 표가 이인제 후보에게 쏠렸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지금도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보좌관이 구속된 사건을 꺼내자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국민들에게 부끄럽다"면서 "직접적 관련이 없어도 내가 데리고 있던 부하직원인데…. 공직에 있던 24년 동안 특히 이 대통령 집권 후에는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엄청나게 조심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여권 내에서는 물론이고 야당까지 나서서 '만사형통'이니 공격하고 나서자 정치에서 손을 떼고 지난 2년여 간 외국으로 나가 자원외교에 몰두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결정권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자신도 아닌 보좌관에게 수억원을 줬다는 점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구경북 발전을 위해 막후에서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전 부의장은 "솔직히 대통령이나 저나 기업인이지 정치인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는 정치인보다는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치는 자기를 알릴 줄도 알아야 하고 부품하게 키워서 말할 줄도 알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몇 천억원 하던 대구예산, 2조원 정도 하던 경북예산이 3조원, 8조원으로 늘어난 것도 이 정부에서인데 그런 홍보도 못한다"고 했다.

4'11 총선에서 그는 특별한 역할이 없다.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기도 어렵다. 4'11 총선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정치는 이미 떠났다. 다만 한나라당이 잘 되고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에도 정치에는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수를 두고 그럴 생각은 없다. 바보나 하는 짓이다. 정치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해보고 싶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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