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무너지는 교권… 학교폭력의 근본원인

입력 2012-01-18 09:51:18

선생님의 회초리를 돌려주자

학교폭력이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오면서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고, 최근 대구 북구의 한 고교에서 보충수업 중 휴대폰을 압수당한 남학생이 여교사를 흉기로 위협한 사건(본지 17일자 보도)까지 벌어지자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서라도 교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교권 침해 사례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06년 신고된 교권 침해 건수는 1건이었으나 이후 해마다 늘어나 2010년에는 47건에 이르렀다.(그래프 참조)

대부분은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 욕설을 한 경우였지만 2010년 경우 한 해 동안 교사가 학생,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한 일은 3건이나 발생했다. 2010년 8월 23일 대구 수성구 한 고교에서는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 아들의 담임교사를 폭행해 교권 추락이 사회 쟁점화한 바 있다. 평소 친구들을 때리는 등 수차례 문제를 일으킨 A군을 전학 조치하려 하자, A군의 아버지가 지인 2명과 함께 교장실로 찾아와 담임교사를 불러낸 뒤 구타한 것.

당시 현장에 있던 학교 관계자들은 담임교사에게 '목을 딴다, 목을 그어버리겠다'는 등 폭언을 한 뒤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며 폭력을 휘둘렀다고 증언했다. 참다못한 이 고교 교사 74명은 해당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고, 학부모 구속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구 중구 모 중학교 3학년인 B군이 담배를 갖고 등교하다 교감에게 들켜 꾸지람을 듣자, 욕설과 함께 교감을 폭행한 것. 당시 B군은 "내 돈 주고 산 담배를 왜 빼앗느냐"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형사고발됐다.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 서상희 사무총장은 "실제 현장에서 교권을 침해당하는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한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면 주위 학생들이 웃으며 지켜보는 일도 허다하다"고 개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구 한 초교 교사는 지난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4명이나 되는 '왕따' 문제를 해결하려다 학부모의 비난에 결국 손을 놓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을 유심히 지켜본 뒤 "이기적인 마음가짐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없다"고 타일렀는데, 이 사실을 듣게 된 학부모들이 학교로 전화를 걸어 "담임이 아무 문제 없는 아이를 꾸짖고 따돌린다"고 화를 냈다. 그는 "학부모들이 교사의 말을 믿지 않은 채 저마다 자기 아이만 싸고도니 도무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 학교로 출근하는 길이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함지고 권충현 교장은 교사의 권위가 존중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학교폭력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정을 갖고 학생 생활지도를 하다 학부모와의 시비로 곤욕을 치르는 교사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누가 기를 쓰고 학생들을 챙기겠느냐"고 되물었다.

교사들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우용 대구남부교육지원청 위(Wee)센터 부센터장은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면 사전 징후가 있었을 것이고 이것을 파악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라며 "교사가 깊은 대화를 통해 학생의 사정을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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