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전통마을 찾아 종갓집 설 풍속도 살펴보자"

입력 2012-01-18 07:23:08

설연휴 가볼만 한 전통마을

안동 하회마을=낙동강이 S자형 물줄기를 이루며 마을을 감싸고 도는 하회마을. 설날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종갓집의 설 풍속도를 엿볼 수 있으며 주차료와 입장료도 무료다.
안동 하회마을=낙동강이 S자형 물줄기를 이루며 마을을 감싸고 도는 하회마을. 설날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종갓집의 설 풍속도를 엿볼 수 있으며 주차료와 입장료도 무료다.
성주 한개마을=황토흙 사이에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자연석을 군데군데 박아 쌓은 한개마을 돌담길은 고즈넉하고 정겨운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성주 한개마을=황토흙 사이에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자연석을 군데군데 박아 쌓은 한개마을 돌담길은 고즈넉하고 정겨운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경주 양동마을=다양하고 특색있는 조선 중
경주 양동마을=다양하고 특색있는 조선 중'후기 전통가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양동마을.
대구 옻골마을=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옻골마을 백불고택.
대구 옻골마을=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옻골마을 백불고택.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는 좀처럼 나지 않는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 탓도 있겠지만 설이 설 같지 않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설은 덕담을 나누며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의 의미가 강했지만 지금은 연휴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점점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설을 맞아 아이들 손잡고 가까운 전통마을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잃어가는 전통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

1년에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 전통마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방문한 마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하회마을에 붙어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하회마을은 누리꾼들이 설 연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지난해 설을 앞두고 한국관광공사가 네이버의 여행정보사이트 '구석구석 카페' 회원 276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때 방문하고 싶은 민속체험 여행지를 조사한 결과, 하회마을(24.3%)은 한국민속촌(23.9%), 제주 성읍 민속마을(14.8%)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낙동강이 S자형 물줄기를 이루며 마을을 감싸고 도는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600여 년의 전통이 간직된 곳이다. 1984년 국내 최초로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될 만큼 전통미 물씬 풍기는 볼거리가 발길 닿는 곳마다 널려 있다. 풍산 류씨 대종택인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서애 류성룡 종택인 충효당(보물 제414호)을 비롯해 병산서원(사적 제260호), 원지정사(중요민속자료 제85호), 옥연정사(중요민속자료 제88호), 겸암정사(중요민속자료 제89호), 하동고택(중요민속자료 제177호) 등 고색창연한 고가들이 즐비하다. 또 하회탈'병산탈(국보 제121호), 징비록(국보 제132호) 등의 유물과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도 하회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이다. 특히 설날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종갓집의 설 풍속도를 엿볼 수 있으며 주차료와 입장료도 무료다.

◆경주 양동마을

2010년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다.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가 양대 문벌을 이루며 500여 년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양동마을은 다양하고 특색있는 조선 중'후기 전통가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고건축 전시장이다.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내려앉은 기와집과 아담한 초가가 돌담길 따라 정겹게 이어져 있어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 입구에 서면 우리나라 최고 명당이라 일컬어지는 독특한 지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의 배경이자 주산인 설창산에서 뻗어내린 산등성이가 네줄기로 갈라지면서 말 물(勿)자형의 능선과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가옥들은 勿자형으로 뻗은 구릉의 능선이나 중허리에 자리 잡고 있다.

양동마을은 겉으로 보면 아담해 보이지만 꼼꼼히 둘러보려면 한나절이 벅찰 정도로 규모가 크다. 둘러보고 싶은 곳을 중심으로 미리 코스를 정해야지 무턱대고 마을에 들어갔다간 뭐가 뭔지 모르기 십상이다. 양동마을이 추천하는 답사코스는 6개다. 하촌코스(소요시간 20분)는 안락정(중요민속자료 제82호)~이향정(중요민속자료 제79호)~강학당(중요민속자료 제83호)~심수정(중요민속자료 제81호)으로 이어진다. 양동마을을 조망하기 좋은 물봉골코스(소요시간 1시간)는 무첨당(보물 제411호)~대성헌(경상북도 민속자료 제34호)~물봉고개~물봉동산~영귀정(향토문화재)~설천정사(향토문화재)로 연결되어 있다. 수졸당코스(소요시간 30분)는 경산서당~육위정~내곡동산~졸당(중요민속자료 제78호)~양졸정, 조선시대 전통가옥의 구조를 잘 살펴볼 수 있는 내곡코스(소요시간 1시간)는 근암고택(중요민속자료 제76호)~상춘헌(중요민속자료 제75호)~사호당(중요민속자료 제74호)~서백당(중요민속자료 제23호)~낙선당(중요민속자료 제73호)~창은정사~내곡정(향토문화재)으로 이어진다. 두곡코스(소요시간 30분)를 통해서는 두곡고택(중요민속자료 제77호)~영당~동호정을 둘러볼 수 있다. 조선시대 청백리의 기상이 서린 향단코스(소요시간 1시간)를 선택하면 정충비각(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61호)~향단( 보물 제412호)~관가정(보물 제442호)~수운정(중요민속자료 제80호)을 만날 수 있다.

◆성주 한개마을

56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성주를 대표하는 반촌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있는 70여 채의 고택들은 마을 입구 진사댁을 중심으로 두 갈래 갈라진 돌담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왼쪽 길로 접어들면 교리댁(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3호), 북비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4호), 월곡댁(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6호)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고풍스런 고택과 함께 한개마을에서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돌담길이다. 황토흙 사이에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자연석을 군데군데 박아 쌓은 토석담의 정겨운 정취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오른쪽길이 제격이다. 해묵은 기와를 머리에 이고 있는 돌담길 따라 하회댁(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26호), 극와고택(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54호), 도동댁(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2호) 등 유서깊은 고가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다.

◆대구 옻골마을

400여 년 내려온 경주 최씨 광정공파 집성촌으로 대구시 둔산동 팔공산 자락에 있다. 옻골은 옻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둔산동 경주 최씨 마을'. 조선 중기 때 학자 대암공 최동집이 1616년 이곳에 정착하면서 집성촌을 이루게 됐다. 마을에 들어서는 학자수 또는 출세수로 불리는 수령 350여 년의 회화나무 두 그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입향조 이름을 따 '최동집나무'로도 불리는 회화나무는 주변 환경과 어울려 멋스런 운치를 연출한다.

옻골마을에는 백불암 최흥원(대암공 6대손)의 효행과 학행을 기려 1789년 지은 정려각을 비롯해 동계 최주진의 학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동계정 등 20여 채의 전통 가옥들이 남아 있는데 하나같이 배산임수 형태다. 옻골마을 종택인 백불고택은 마을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종가가 마을의 출발점인 동시에 기착점인 셈이다. 一 자형 사랑채와 ㄷ자형 안채'재실'가묘'별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백불고택은 대구에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400여 년)된 것으로 조선시대 양반 건축과 생활양식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백불고택으로 길게 이어진 돌담길은 옻골마을의 또 다른 명물이다. 돌과 흙을 쌓고 그 위에 암기와'수키와를 얹고 막새로 마무리한 돌담길은 고택까지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굴곡져 있다. 굽어진 돌담길에는 사악한 기운이 길을 따라 고택으로 흘러들지 않게 하기 위한 지손들의 배려가 담겨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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