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내 운명, 세계 각국 종 수집 경북대 이재태 교수

입력 2012-01-17 07:53:11

"서양문학'성서'예술, 종 속에 다 들어있죠"

종 수집가 이재태 경북대 교수는 진천종박물관에서 유리종을 전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종 수집가 이재태 경북대 교수는 진천종박물관에서 유리종을 전시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종(鐘)은 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다. 인류가 신을 향해 목소리를 전할 때, 맑은 종소리로 하늘을 두드렸다. 중국 시황제시대에도 제사를 지낼 때 종을 쳐 신에게 이를 알렸다. 인류와 함께해 온 셈이다. 하지만 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뛰어난 조형미와 함께 역사가 숨어 있다. 손바닥 위에 올라갈 만한 종 위에도 예술가의 숨결이 새겨져 있고, 그 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세계에 빠져 20년 이상 8천 점이 넘는 종을 모아온 종 수집가 이재태 경북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최근 진천종박물관에서 잇따라 전시를 열고 있다. 인물조각상이 있는 피겨(figure)종, 데스크종에 이어 올 9월까지 열고 있는 전시는 유리로 된 종을 모아 선보이는 '글라스 벨'. 500여 점의 유리종들이 전시된다.

"유리종은 특히 그 조형미와 색상이 뛰어나요. 크리스탈의 '쨍' 울리는 종소리는 금속과 또 다른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도 매력이지요."

수집가들에게 알려진 유리종들은 대부분 유럽국가와 미국에서 18세기 중반부터 현대까지 만들어진 종들이다. 19세기 후반, 유리종은 하인을 부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20세기 이후에는 관광기념품과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유리종은 이 교수에게 아름다움 대신 좌절도 많이 안겨주었다. 외국에서 유리종을 수집해왔지만 깨어진 것도 여러 번.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리종은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사람들은 결혼식 때 종을 선물했어요. 이 종은 '웨딩벨'이라고 불리지요. 훗날 미국에서 이를 본떠 '가난한 자의 웨딩벨'을 만들었어요."

종에는 이처럼 조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종을 소유했던 이들의 마음과 그 시대 역사, 종을 만든 장인의 숨결 모두가 하나로 응축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라노 유리종, 19세기 프랑스 플린트 유리종, 보헤미아 유리종, 영국의 웨딩 글래스 벨 등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유리 공예 예술품을 소개한다. 중세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유리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며 부를 쌓았고, 그들만의 제작 비밀을 지키기 위해 부근의 작은 섬 무라노에 공장을 강제로 집결시켰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라노 유리. 이 기술은 다른 지방에도 전해져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그 지방의 전통과 결합된 베네치아풍의 유리 기물이 만들어졌다. 특히 17세기 영국에서 개발된 크리스탈 유리는 납을 첨가해 완전히 투명하고 굴절률이 높으며 내구성이 좋아 실생활에서 유리 이용이 크게 확대됐다.

이번에 500여 점을 전시한 데 이어 이 교수는 앞으로 두 차례 더 종을 기획전시할 예정이다. 역사적인 기념 종, 장난감이나 시계 등에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종 등을 전시할 생각이다.

"종 덕분에 서양 문학, 동화, 성서뿐만 아니라 공예기법, 예술의 흐름 등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종 하나에 응집된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들으셨으면 합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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