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자살…무엇보다 관계성 회복이 중요해요"

입력 2012-01-16 07:48:07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 담당 전재현 신부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 담당 전재현 신부가 건강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 담당 전재현 신부가 건강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Youth Helping Youth'(청소년을 돕는 청소년). 최근 학교 폭력으로 인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대구뿐 아니라 전국이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였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도 지난달 29일부터 2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이와 관련해 '따돌림과 폭력이 없는 학교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여는 등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더불어 대구대교구는 'Youth Helping Youth'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건강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 담당 전재현(41) 신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를 보면서 학교 문제점이 마치 사회 전반에 나타난 문제점을 축소해놓은 것 같아요. 학교나 사회나 과도한 경쟁 체제하에서 인간성이 훼손되고 관계성이 결여된 것이죠. 현재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능은 있는데 관계성이 부족하고 학교 또한 교사와 학생의 기능은 있는데 관계성이 떨어지죠."

전 신부는 무엇보다 '관계성 회복'을 강조했다. 가톨릭 신앙의 주교 교리 중에 삼위일체가 있듯이 인간은 늘 관계성 속에서 살아가는 데 그 부분이 단절돼 이번 사태처럼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정신문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학생들 문화가 건강하게 변하지 않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신부의 생각이다. "아이들 심리발달 단계를 보면 또래에 소속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죠. 이 욕구가 잘못 표출돼 다양한 폭력으로 변질하고 있죠. 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들이 필요해요."

전 신부는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로 아이들이 또래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을 제안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찬사를 보내 화제가 된 한인 학생 윌 김(한국명 김대경'17) 군의 예를 들었다. 김 군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해피데이 마이크로펀드'를 만들었다. 어린 나이지만 남을 돕는 아이디어를 창작해낸 것. 또 50초 영상의 학교폭력'자살 예방 동영상을 제작한 박한울(18) 군도 또 다른 예라고 했다. "가톨릭교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학생들을 격려하고 부각시키면서 다른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대구대교구가 'Youth Helping Youth' 슬로건을 만들고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전 신부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돕는 학생과 학생 단체를 지지'격려하는 아이디어 공모 ▷리더십 트레이닝을 통해 주일학교 학생회 회장단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자의식을 심어주는 것 ▷일선 학교의 '가톨릭 학생회' 회원들이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청소년 사도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 등을 제시했다.

한편 대구대교구에서는 조환길 대주교가 이달 11일 직접 자살중학생 가정을 방문해 학부모를 위로했으며 31일 오전 11시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조 대주교 주례로 건강한 학교문화 정착 기원 미사도 열 예정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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