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도지사 교환 근무, 타산지석 삼자

입력 2012-01-14 08:00:00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지난 11일 경남도청과 부산시청으로 서로의 출근 지역을 맞바꿔 교환 근무하는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1995년 자치단체장 민선 이후 처음이다. 정치 성향도 다르고 지역 간 갈등으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입장을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점은 인정하되 같은 점은 추구함)라는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격을 올린 것이다. 어느 곳보다 한뿌리라는 유대감이 강한데도 생각만큼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대구시와 경북도엔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허 시장과 김 지사는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선거 당선 후 지역 현안으로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유치 때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두 곳은 1995년 정부가 부산신항의 경계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17년간 불편한 관계였다. 진주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을 둘러싸고 껄끄럽게 대립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1963년 부산과 경남이 분리돼 딴살림 시작 이후 '한뿌리'였던 점을 인식, "함께 발전하자"며 의기투합했다. 특히 이날 해묵은 숙제 하나를 푸는 데 성공했다. 부산과 경남에 걸친 부산신항의 경계를 서로 양보, 새로 설정하는 데 합의, 서명했다. 사전 물밑 접촉의 결과겠지만 첫 성과였다. 상생의 돌다리 하나를 둔 셈이다.

인근 두 단체장의 행보는 경상도의 원조, 대구경북에 시사하는 바 적잖다. 대구경북의 딴살림은 부산'경남에 비해 20년 늦은 1981년에 이뤄졌다. 1896년 경상도의 경남북 분리 후 대구경북은 한 번도 갈라서지 않은 같은 울타리였기에 더욱 그렇다. 한뿌리 두 집안인 대구경북은 그동안 기업 유치나 대형 국책 사업 유치를 두고 샅바 싸움과 선의의 경쟁도 불사했지만 경제통합을 통한 상생을 외치며 2인(人) 1각(脚)의 협조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린다. 경제통합, 대구시 취수원의 낙동강 구미 지역 이전, 공동 기업 유치, 광역전철망 사업, 과학벨트 후속 사업의 조정 등에서 갈등이다. 머리를 맞대 풀어야 할 현안이다. 그러함에도 시'도 간 공조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제오늘 정치권은 모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변화와 쇄신의 흐름이 대세다. 시와 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같은 당으로 재선됐다. 행정적으로 탄력받고 있다. 이젠 차원 다른 정치력도 보여줘야 한다. 달라진 두 사람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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