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력 '배움터 지킴이'들의 학교폭력 해법은?
학교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 현장에는 학생 생활지도 업무를 보조하는 '배움터 지킴이'가 배치돼 있다. 이들이 말하는 학교폭력의 해법은 무엇일까. 퇴직 교원과 경찰관, 군인, 상담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배움터 지킴이들은 경험과 노하우로 학생들 안전과 걱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교장에서 배움터 지킴이로
13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당동 상서여자정보고 정문 앞. 황종태(73) 씨는 교장 선생님 출신이다. 37년간 교사 생활을 하다 2002년 퇴임한 뒤 2005년부터 배움터 지킴이의 전신인 스쿨 폴리스의 원년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아늑한 교장실에서 지냈던 그가 쌀쌀한 아침에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삶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한 초등학교의 수위가 그곳 교장 선생님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길로 곧장 스쿨 폴리스에 자원했어요. 교직생활을 하며 얻은 고맙고 값진 경험을 학생들에게 환원할 수 있다면 교장이든 수위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이후에 교장과 교감 출신 배움터 지킴이가 하나 둘 늘어 뿌듯합니다."
그는 은퇴 이후 청소년 수련관장, 범죄예방 청소년 선도위원 등을 맡으며 쌓은 경험을 배움터 지킴이 활동에 적극 쏟아 붓고 있다. 후배 교사들에게 학생상담 관련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틈틈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교육 관련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 상황에 황 씨는 "점점 은밀해지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학교폭력은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면서도 잔인해지고, 다수 가해자 집단과 소수 왕따의 구도가 명확히 나타난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가해 학생들이 교사나 피해자 부모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학교폭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고 학생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전에 시행했던 쪽지상담, 설문조사 등을 부활시켜 학생들의 처지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배움터 지킴이가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들의 인생 2막을 여는 기회도 되는 만큼 각급 학교에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손자, 손녀뻘 되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매일 보람을 느낍니다. 저처럼 노년을 보내는 배움터 지킴이 동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장교 경험 큰 도움
김흥동(58)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서평초등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를 시작했다. 6개월 경력이 전부지만 남다른 노련미가 있다. 10여 년간 장교로 근무했던 경험을 배움터 지킴이 활동에 적극 녹여 넣고 있다.
"대위로 전역할 때까지 문제 사병과 관심 사병 상담을 도맡았던 경험이 배움터 지킴이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인근 지구대와 범죄, 순찰 정보를 공유해 지킴이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폭력이 초중고 전 학년에 걸쳐 발생하고 있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미국처럼 배움터 지킴이들에게 준사법 권한을 부여하는 등 현장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교내에 여교사가 남자교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여초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이 여교사를 우습게 보고, 말을 잘 듣지 않는 것도 학교폭력의 한 요인일 수 있다고 했다.
"겉보기에 약해 보일 수밖에 없는 여교사들이 검도, 태권도 등 다양한 무술을 배워서 도복을 입은 사진과 단증을 교실에 전시하고 교사들 스스로 카리스마를 키운다면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군인 출신답게 학교폭력을 사전에 직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2년 전 한 20대 청년이 신문지에 식칼을 숨긴 채 우리 학교 6학년 여학생을 집까지 따라가 범죄를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집에 부모가 있어 피해를 막았지만 만약 부모가 집을 비웠다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잠재 범죄자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학교 주변을 세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 울타리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버지가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방치됐던 한 여학생의 아버지 역할을 대신 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아이의 집에 찾아가 밥을 사 먹이고 등'하굣길도 꼬박꼬박 함께했다.
"배움터 지킴이가 단순히 학교 경비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등'하교조차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고 멀리는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도 배움터 지킴이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배움터 지킴이=학생 등'하교 지도, 학교 안팎 순찰, 비행 및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선도활동 등 학생 생활지도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대구경북에는 2005년 5개 학교에 배움터 지킴이의 전신인 스쿨 폴리스 12명이 배치된 것이 최초다. 대구의 경우 올해 1월 기준으로 439개 초'중'고에 667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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