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신(直臣)-죽음도 불사했던 강직한 선비들/고제건 지음/리드잇 펴냄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은 이미 없어졌으며 하늘의 뜻도 민심도 이미 떠나버렸습니다. 비유컨대, 큰 고목나무가 100년 동안 벌레에 먹혀 속이 팰 대로 패고 그 진이 다 말라버려 언제 폭풍우가 닥쳐와 쓰러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른 지 이미 오래입니다."
1555년(명종 10년),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상소의 주인공은 유학자 남명 조식이었다. 그는 상소를 통해 문정왕후를 과부로 비유하며 조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거론했다.
이 책은 명예를 초월하여 목숨을 내놓고 임금께 직언했던 조선시대 직신(直臣) 13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군주보다는 백성을 두려워하고, 철저히 백성의 편에 서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이들. 이 대쪽 같은 선비들의 불요불굴 정신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왕에게 바른말로 잘못을 극진히 간(諫)하는 것은 관리가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였다. 따라서 때로는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조선왕조가 5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조식과 같은 직언을 하는 직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역(周易)에서는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는 일'(履虎尾)에 비유한다. 호랑이 꼬리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꼬리를 내려 항문을 가리니 구리고 냄새 나는 것의 덮개이며, 다른 하나는 치켜세워 맹수의 왕임을 보여 주는 용맹과 힘을 상징한다.
직언은 상사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 심지어 비리를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과정에서 권위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니 호랑이 꼬리를 밞는 것처럼 대단히 위태로운 일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직언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늘 힘을 가진 사람의 주위에는 직언하는 사람보다 좋은 말로 아부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법이다. 249쪽, 1만4천300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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