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야타스 마을, 쓰레기장 뒤지며 살아 결핵아동 많아

입력 2012-01-14 08:31:37

대구가톨릭대 해외의료봉사단이 필리핀 쓰레기마을로 알려진 파야타스를 찾았다. 이곳 주민들은 새벽부터 진료소 앞에 줄을 서 의료진을 기다렸다.
대구가톨릭대 해외의료봉사단이 필리핀 쓰레기마을로 알려진 파야타스를 찾았다. 이곳 주민들은 새벽부터 진료소 앞에 줄을 서 의료진을 기다렸다.

시궁창과 쓰레기더미, 낡은 지붕과 오물더미로 범벅이 된 파야타스 빈민가의 모습은 예전 우리의 도시 한쪽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에 지어진 시멘트 블록 집들은 담장 곳곳이 허믈어져 있었고, 양철 지붕 위에는 강풍에 날아갈새라 돌과 낡은 타이어가 올려져 있다.

파야타스 주민들 상당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일거리가 없기 때문. '스모키 마운틴'(Smokey mountain)으로 알려진 쓰레기산이 10여년 홍수로 붕괴되면서 확인된 사망자만 200여 명, 실종자는 400여 명에 이르렀다.

이후 필리핀 정부는 쓰레기산 출입을 통제했다. 이른바 '삶의 막장'에 이른 일부 사람들은 그런 통제 속에도 쓰레기산에 들어가 생계를 꾸려간다.

하지만 이곳 주민 중 일부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인근의 작은 쓰레기 집하장을 뒤져 생계를 잇는다. 이들이 한 달에 버는 수입은 고작 60달러 정도. 그나마 건설 현장 일용직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이들 역시 한 달에 300 달러를 겨우 번다. 이렇게 번 돈으로 대여섯 명에서 많게는 여덟 명이 넘는 식구를 먹여살려야 한다. 이들이 아픈 몸을 부여안고도 병원을 찾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병원에 가면 한 달 수입이 고스란히 날아갈 수도 있다. 특히 결핵 환자가 많다.

이곳 진료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바네사 씨는 "지난해에만 결핵환자 485명을 진료했으며, 매일 한 명에서 많게는 5명씩 새로운 결핵환자가 찾아온다. 특히 어린이 결핵환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성근 신부는"스모키 마운틴도 쓰레기 처리용량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새로운 쓰레기장이 생긴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마을 사람들 상당수가 생계를 잇기 위해 새 쓰레기장 인근으로 이주할 것이고, 파야타스 마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파야타스 사람들은 지극히 가난하지만 수시로 웃고 떠들며 깔깔댄다. 파야타스 마을에서 만난 청년들은 현실이 막막하고 미래가 두려워 움츠러들 법도 한데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먼 나라 사람들을 걱정하며 상대적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들의 대화는 이랬다. "아프리카 수단은 정말 가난하대. 키가 내 무릎도 안되는 아기가 굶어서 죽는대. 정말 가난한가봐.""그래 아이티 아이들은 어떻고. 오죽하면 진흙으로 과자를 구워먹잖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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