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살면 그만" 난타전…재창당 요구도 천차만별
12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내용은 안 변하고 간판만 바꿔 다는 것은 국민이 더 용납하기 어렵다"며 "국민은 재창당이냐 아니냐는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쇄신에 어떤 내용이 담겼고 어떻게 실천하느냐를 보고 한나라당의 변화를 평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창당 움직임에 대한 짧고 굵은 일축이다. 이어 돈봉투 폭로전이 연일 제기되는 것을 의식한 듯 "쇄신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쇄신 자체를 가로막는 언행이나 비대위를 흔드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회 화법을 즐기는 박 위원장이 이처럼 구체적이고 단호한 표현을 써서 정리해야 할 정도로 최근 한나라당의 사정은 혼란을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를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돈봉투를 둘러싼 폭로전, 음모론에다 쇄신 방향을 둘러싸고 내부 쇄신파와 재창당파로 나뉘어 사분오열이다. 선수(選數)별, 연령별, 지역별, 계파별로 원하는 쇄신의 강도가 다르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을 당나라당으로 만든 주요 원인인 계파 간 갈등은 저리 가라다. 누가 누구 편인지 구별도 안 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당을 끝낼 때가 됐다는 자조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고승덕 의원 제기)가 2007년 대선 경선 조직선거(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 갈등)로 확대되더니 2010년 1천만원 돈봉투(조전혁 의원)에다 2006년 강재섭-이재오 대결구도였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발설자 알려지지 않음)까지 번졌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지금 한나라당은 서로 물귀신이 되어 나만 죽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이런 분들이 어떻게 한 지붕 아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표현했다.
차떼기 정당으로 천막당사까지 갔던 한나라당이 '돈봉투 당대표' 의혹으로 다시 한 번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분위기다. 거기에다 이런 폭로전이 누가 누구를 음해하려 한다, 총선 물갈이를 위한 현역 솎아내기 전략이다 등등 음모론이 덧붙여지면서 이 같은 내부 폭로가 꼬리를 물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숙지는 줄 알았던 재창당론도 연일 제기되면서 '한나라당 틀 내 쇄신' 동력도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4월 총선까지 시간이 충분하니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자는 주장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다. 반대로 '일단 관망하고 좀 더 이야기해보자'는 쇄신파 의원도 있다. 재창당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말만 무성하지 나서는 이가 없다.
하지만 이들 친이계, 쇄신'소장파 내에서도 '재창당'에 대한 이해관계와 셈법이 달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이계는 박근혜 비대위를 흔들어 신당을 창당하자는 쪽이지만, 쇄신파는 친이계가 자진탈당하게 만든 뒤 새 인물을 영입해 쇄신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일부는 당명과 정강'정책 변경 수준의 재창당에는 동의하지만 당을 해체한 뒤 신당을 꾸리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개개인의 운명을 알 수 없는 판이어서 과거와 같은 일사불란함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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