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제시인상 수상한 미나미 구니카즈 씨 도서출판 올 댓 트위터에서 시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었다."
일본 시인 미나미 구니카즈(南邦和) 씨가 첫 한국어 시집 '귀향'(도서출판 올 댓 트위터)을 펴냈다. 미나미 씨는 일제강점기였던 1933년 강원도 평강에서 출생, 일본 패전으로 13세 때 철도국 관리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야자키(宮崎)현 니치난(日南)시로 이주, 거기서 성장했다.
출판기념회차 지난주 대구를 방문한 그는 "내게는 고향이 없다. 나는 어디에서나 나그네요 이방인이었다"고 말한다.
"선대들이 살아온 곳을 고향이라고 하자면 일본 미야자키현 니치난이 내 고향이다. 그러나 태어나고 자란 곳, 내 삶의 원향을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강원도 평강이다. 그러나 내게는 고향이 없다."
한국에서 그는 제국주의 일본국의 신민이었고, 일본에서는 반도 출신의 귀향인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또래 아이들이 벚꽃을 보며 뛰어놀 때, 그는 개나리를 보며 골목을 쏘다녔다. 그는 "나는 매화를 사랑하지만 벚꽃을 좋아해 본 일이 없다. 아무래도 벚꽃에는 정이 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 '귀향'을 비롯해 미나미 씨의 작품에는 유난히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시집 '원향' '망향' 등이 그렇고, 수필집 '고향기행' '남국의 팡세' '고향에의 가교' 등이 또 그렇다.
미나미 씨의 시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과 분노, 절망, 슬픔이 묻어 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에는 유난히 '나그네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고향을 상실한 사람, 어디서나 이방인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기 삶의 원향인 한국은 그를 이방인으로 대하지만 그에게 고향 한국은 정답고 활기찬 곳이다. 시 작품 '고향은 정오다'에서 그는 '문주란의 모래 언덕에 흩어져 있는/ 꽃밭 같은 그물 위에/ 나의 소년기가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고향은/ 정오다'라고 노래한다. 여기서 '정오'는 생명력으로 넘치는 시기를 은유한다. 생명이 넘치는 고향에서 그는 따뜻한 햇볕 아래를 노니는 나비인 것이다.
'경성(일제강점기 서울)은 도시의 이름이 아니고/ 분명히 경이의 대명사/ 나의 문화, 내 우주의 중심지/ 거기에서 접촉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극한의 미학/ 극상의 쾌락이었다' -남대문 저쪽- 중에서.
그에게 서울과 남대문은 각별했다.
'앗, 불타고 있다/ 아아, 무너지고 있다/ 신음과 같은 내심의 말을 뱉으면서/ 그 잔혹한 영상을 몇 번 보았던 것인가/ 저것이 환상이 아닌/ 남대문의 현실 모습이란 말인가……(중략) 한반도를 모국으로 하는 그 모든 사람들이/ 이 악몽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인 나도/ 나의 서울은 남대문과 동의어었다/ (중략) 2월 11일은 내 자신의 통곡의 날.'
미나미 씨는 "그 옛날 어린시절, 나는 언제나 남대문을 지나야 서울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용산도 서울이었지만 내게는 남대문부터가 서울이었다. 그런 남대문이 불타고 있었다. 그날 나는 TV 앞에서 기가 차서 울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이육사와 김소월, 윤동주를 좋아했다는 미나미 씨는 유언과 같이 변할 수 없는 완고함, 이단의 아들을 맞이하는 고향의 '예의'에 때로 슬퍼하고, 서운해 한다. 그러나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고향(한국)에 도착하는 느낌을 그는 '귀향'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고향의 하늘은/ 오늘도 한없는 푸르름이다/ 면도날처럼 선 신경으로 거리를 걷는다/ 날카로와진 슬픔을 안고/ 전과자를 맞이하는 친척들처럼/ 이 밝은 보도(步道)는/ 서먹서먹하게 나를 바라본다 (하략)'
미나미 씨는 연극배우와 평론가, 시인과 드라마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궁일출판문화상' '일본국제시인상' '미야자키현 문화상' 등 큰 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미나미 씨는 "일본에서 이름을 알리고, 활발한 활동을 해도 내게는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다. 내가 태어난 땅, 어린시절을 보낸 한국의 산하가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은 내 문학에, 내안에 언제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인 미나미 구니카즈 씨의 한국어 시집 '귀향'은 137쪽, 1만원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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