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의 폭발력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돈봉투 폭로가 왜 시작됐나'를 두고 집권여당 내부에서 음모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너도 나도 '딥 스로트'(deep throat'내부고발자)를 자처하며 막가파식 폭로에 나서는 형국이다. 주도권 정쟁이 아니라 이쯤되면 막가자는 싸움이다.
범친이계로 분류되는 고승덕 의원이 2008년 당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후보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고 폭로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과 언론은 고 의원이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섭섭함이 컸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4'11총선에서 박 의장의 먼 친척이자 고향 후배인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고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을 출마를 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돈봉투 파문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친이계 측에서 '친박계 사주설'을 제기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이 "전직 지도부, MB 핵심측근 용퇴해야"라는 장외발언을 이어나갔는데 힘이 실리지 않자 돈봉투를 폭로해 연루된 의원들을 솎아내려 한다는 음모를 이야기했다. 박 의장이 친이계로 당시 수적으로 친박계까지는 신경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친박계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급기야 고 의원이 "노란색 봉투 하나가 아니라 잔뜩", "여러 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등 폭로 수위를 높여가자 친이계인 고 의원이 왜 친이계에 칼을 꽂아야 하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친박계와 비대위의 '쇄신 길터주기' 역할을 자임하면서 자신은 깨끗한 이미지를 쌓고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2007년 7월 대선후보 경선으로까지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10일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대선 경선 당시도 조직동원 선거였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의 용퇴 대상자인 전 지도부의 폭로로 이 발언이 나간 뒤 친이계 강경파 일각에선 대선후보 경선도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띄기 시작했다. "우리만 죽을 수는 없다"는 자폭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직 동원을 위해 돈을 썼다는 의혹이 사실화될 경우 여권 전체는 메가톤급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홍 전 대표는 지난 경선 때 "박근혜 보완재 역할"을 자임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거확보가 어려워 대선 경선과정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친박계 압박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쯤 되면 갈라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 전에 결별해야만 보수 전체에 대한 국민의 등 돌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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