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한나라 해체론 뇌관 때리다

입력 2012-01-09 10:33:48

"2008년 박희태 돌려"…수도권 중심 해체론 확산 의정보고서 당명

'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이 한나라당을 폭발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경우, 공중분해로 치달을 수도 있다. 과거 차떼기 파문 이후 천막당사를 칠 때만큼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구원투수는 박근혜 현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고승덕, '박희태' 거론

고승덕 의원은 8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자신이 돈봉투를 받은 뒤 돌려준 사건은 2008년 7'3 전당대회 때였으며 돈을 건넨 쪽은 당시 박희태 후보 쪽이라고 진술했다. 고 의원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전대에 앞서 한 젊은 남성이 의원회관 사무실에 노란색 봉투를 두고 갔는데 그 안에 현금 100만원씩을 담은 흰 편지봉투 3개가 있었다"며 "'박희태'라는 이름이 쓰인 명함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검찰 진술을 통해 "돈봉투를 돌려준 20분 뒤 박 의장 측 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래서 돈봉투를 보낸 사람을 (박 의장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의원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나게 될 경우 집권 여당 당 대표가 돈을 주고 산 직책으로 변질되면서 한나라당 도덕성은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외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구나 박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다. 입법부의 수장이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면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체면은 땅바닥이 아닌 지하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검찰은 이후 2010년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당 해체' 요구

'돈봉투 파괴력'을 인지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당 해산, 당 해체 후 재창당 이야기가 재론(再論)되고 있다. 그만큼 폭발력이 크다는 것이다.

고 의원의 '돈봉투' 발언이 나온 다음 날 밤(6일) 권영진, 남경필, 정두언 등 수도권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당을 해산하고 신당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모은 것으로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인 김세연, 주광덕 의원과 황영철 대변인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모임의 내용을 참석한 비대위원들이 박근혜 비대위원장 측에 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지난달 27일 출범한 당 비대위가 2주일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그간 성과나 결과도 묵살당하기 시작한 것이며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큰 틀에서의 쇄신보다는 당 해산 뒤 재창당을 요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끝없이 추락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이름 빼자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비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기를 노리는 자당 의원들이 자신이 소속된 당명을 의정보고서에서 빼면서 국회의원 경험과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은 자신의 의정보고서 표지에 한나라당을 뺐다. 그리고 검은색 계통의 점퍼를 입고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진을 담고 "제가 먼저 종아리를 걷겠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한나라당의 상징색은 파란색이다. 친박계로 이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의원이나, 친박계 몫으로 당 사무1부총장을 역임한 이혜훈 의원도 의정보고서에서 한나라당 이름을 뺐다. 이재오 의원의 의정보고서 표지에도 한나라당 마크가 없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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