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돈봉투' 의혹 밝히고, 책임지겠다"

입력 2012-01-09 09:41:11

일부 수도권 의원들 '해체후 재창당' 요구에 朴, 한나라 유지에 무게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한나라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선택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차떼기 정당 때의 도덕성 타락과 견줄 수 있는데다 '준 쪽'과 '받은 쪽'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면 현역 의원 줄소환도 불가피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공중분해될 정도로 폭발력이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에 동조했던 수도권 의원들은 '당 해체 후 재창당'을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관계기사 3면

지난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의혹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되면서 한나라당의 대표격인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시에도 당 해체 요구를 받았지만 '틀 내에서의 쇄신'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존 정당 가운데 최장수 당명(15년)으로 자신이 당 대표를 지냈고 각종 위기를 어렵게 돌파해왔던 당명에 대한 애착이 큰데다 재창당을 할 경우 그간의 크고 작았던 과오를 모두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돈봉투' 사건에 대해 "구태 정치, 그리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국민 앞에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힐 것이고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할 일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발목 잡혀 우리의 쇄신을 멈추는 일은 켤코 없을 것이며 저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긴 이유도 이런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당을 쇄신하라는 책임과 의무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돈봉투 파문에도 여전히 한나라당이라는 틀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4월 총선거에 시간이 얼마 없어 재창당까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쇄신 쪽으로 기울어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박 위원장은 당 해체에는 일단 부정적이다. 오히려 박 비대위원장이 이번 위기를 발판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범보수를 아우르는 '큰 수(手)'를 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 해체와 재창당 요구도 일리는 있다. 먼저 당 해체를 통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재창당으로 보수통합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명박 정부와의 자연스러운 결별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다.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또 고 의원의 폭로로 18대 국회 내 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 범위가 일파만파로 번지게 되면 현역 국회의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비대위 활동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친박계 역시 무관할 수 없는 문제이고 어느 방향으로 불똥이 튈 지 몰라 섣부른 행동을 하기도 힘들다.

한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총선 공천기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연휴 전까지는 구체적 기준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당 사무총장은 8일 "가급적 빨리 진행시키려고 한다"며 돈봉투에 연관된 국회의원들이 나올 경우에는 "가상적 얘기지만 공천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 총장은 이어 한나라당이 4'11 총선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로 80%를 공천하고 나머지 20%를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