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씨앗' 용종…내시경으로 제거해야 암 예방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때 암에 걸릴 확률은 36.2%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린다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10년 전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남성의 경우 1999년 위암, 폐암, 간암에 이어 4위이던 대장암 발생률은 2009년 위암에 이어 2위로 올랐다. 특히 여성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많던 위암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서구화한 생활습관 등 환경 요인 탓으로 보인다.
◆대장암의 80%는 샘종에서 시작
김요한(가명'52) 씨는 얼마 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직장 부위에 3㎝가량의 종양이 확인됐다. 조직 검사에서 샘종(선종)으로 진단받고 종합병원을 찾았다.
협심증이나 뇌졸중 등을 앓은 적은 없었지만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먹고 있었다. 아스피린으로 인한 시술 후 출혈의 위험성 때문에 시술 예정일 7일 전부터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입원해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을 받았다. 시술 후 이틀째까지 복통, 발열 등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 미음을 시작했고, 사흘째 날 퇴원했다. 떼어낸 조직을 최종 검사한 결과 점막에 국한된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전이가 없어서 별도 수술없이 정기적인 추적 대장내시경을 꾸준히 하기로 했다.
대장암의 발생과정은 다른 암과는 달리 특이점이 있다. 대장암의 80% 이상이 암세포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선종 또는 샘종(용종 또는 폴립이라고도 부르며, 돌출된 모든 점막 병변을 일컬음. 용종 중에서 조직학적으로 종양성 용종이 샘종에 해당함)이라고 불리는 암 전 단계 종양에서 시작해 7~10년이 지나면 암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적절한 내시경 검진을 통해 암 전 단계인 샘종을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미국 국가폴립연구(U.S. National Polyp Study)에 의하면 샘종으로 진단받은 1천418명에게 내시경 치료를 통해 대장 샘종을 제거했더니 대장암 발생률이 76~90%까지 감소했다. 그만큼 대장내시경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내 대장 샘종은 대장내시경 검진을 받은 성인 5명 중 1명에게 발견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대부분 크기가 작은 샘종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일부는 자연 소멸되며 대장 샘종의 일부만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국내 진료 지침에는 서양과 같이 대장암 가족력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만 50세부터 증상이 없더라도 대장내시경 검진을 권하고 있다.
◆샘종 크기가 크면 암 가능성 높아져
샘종의 육안적 모양과 크기가 암과의 연관성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샘종의 모양은 볼록 튀어나온 부위의 아래쪽에 잘록한 목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크게 유경성과 무경성으로 나뉜다. 암의 발생은 목이 없고(무경성) 편평한 모양의 샘종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편평한 모양의 샘종 중에서 크기가 1㎝를 넘을 때 측방발육형 종양이라고 분류한다.
샘종은 크기에 비례해 암이 동반될 가능성도 커진다. 샘종의 크기에 따라 암 조직을 포함할 가능성은 0.5㎝ 이하면 0%, 1.0㎝ 정도면 1%, 2.0㎝ 이상이면 20~50% 정도다. 대장의 한 부분에서 샘종이 발견되면 다른 부위에도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다발성 샘종이나 크기가 1㎝ 이상 샘종이 있던 환자는 암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대장벽은 가장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고유근층, 장막층으로 이뤄진다. 조기 대장암은 암 세포가 점막하층 이내까지 침범한 경우를 말한다. 내시경으로 대장 종양을 치료할 수 있는 경우는 ▷암 전 단계인 모든 샘종 ▷점막층에 국한된 대장암 ▷점막하층 일부를 침범한 대장암이다.
대장암의 경우, 주위 림프절을 비롯해 암 조직이 포함된 대장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원칙이다. 하지만 림프절 전이가 거의 없는 점막층 침범 대장암, 점막하층의 표면 일부를 침범한 대장암은 먼저 내시경 치료를 한 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이후 암의 전이가 심하거나 깊이 들어간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샘종 떼어낸 뒤에도 추적검사 필요
0.5㎝ 이하의 작은 용종의 경우, 조직검사 때 쓰는 겸자로 어렵지않게 제거할 수 있다. 크기가 크다면 '내시경 점막절제술'을 한다. 점막하층에 용액을 주입해 용종을 고유근층으로부터 분리시킨 뒤 올가미로 용종 주위를 에워싸서 잘라내는 방법이다.
최근 '내시경 점막하박리술'이 개발돼 크기에 관계없이 종양을 내시경적으로 한꺼번에 잘라낼 수 있게 됐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천공과 출혈이 있다. 천공은 0.2%, 출혈은 1%로 보고돼 있고, 용종 크기가 클수록 빈도도 커진다.
위 종양의 내시경 절제술과 방법은 같지만 기술적으로는 더 어렵다.
이유는 ▷대장은 위장과 달리 고정돼 있지 않아 흐느적거리면서 내시경 삽입 시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다루기가 어렵고 ▷대장벽은 많은 주름이 있는데 용종이 주름 위에 얹혀 있을 경우에는 제거가 어려우며 ▷대장벽은 위벽에 비해 얇아 시술 중 천공 위험성이 크고 ▷대장 내에 있는 분변이 상처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종양을 내시경적으로 제거하려면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1㎝ 안팎은 쉽게 제거할 수 있으나 2㎝ 이상은 출혈 및 천공 위험 때문에 4~7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입원을 권유한다.
대장 샘종 환자는 시술 후 추적 감시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3년이나 5년 후 추적검사를 권유한다. 조기 대장암, 큰 무경성 샘종, 10개 이상의 샘종을 제거했을 때엔 의사의 판단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검사 간격을 줄이도록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김은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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