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조문(弔問)

입력 2012-01-09 07:22:49

2011년 12월 17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사망 사흘 만인 19일 낮 12시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전 세계가 감쪽같이 몰랐다는 사실은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인지 방증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개인적인 조문 허용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등이 북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직접 조문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여러 장례 용어 표기에 혼선을 빚은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익숙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먼저 '조문'과 '참배'에 대해 알아보자. '조문'은 남의 죽음에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喪主)를 위문함 또는 그 위문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문상(問喪) 문조(問弔) 조상(弔喪)이 있다. "돌아가신 친구 아버님을 조문하러 동창이 모였다."로 쓰인다. '참배'는 영구(靈柩)나 무덤, 또는 죽은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비 따위의 앞에서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국립묘지 참배' '위령탑 참배'로 쓰이어 "우리 모두 호국 영령을 위해 참배를 드리자."로 활용한다. '조문'은 빈소나 분향소를 찾아 위문하는 것, '참배'는 시신이나 무덤 또는 기념비 앞에서 추모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빈소'와 '분향소'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이다. 시신을 유리관 속에 안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주로 관을 병풍으로 가리고 조문객을 맞이한다. '분향소'는 빈소 이외의 장소에 향을 피우거나 헌화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다. '빈소'는 관을 놓아두는 곳이므로 한 곳뿐이지만 분향소는 빈소를 방문하지 못하는 조문객을 위해 여러 곳에 설치할 수 있다.

끝으로 '상주'와 '상제'에 대해 알아보자. '상주'는 주(主)가 되는 상제(喪制)로 대개 장자(長子)가 된다. "상여 앞에 놓인 제상에 제수를 차리고 상주는 제사를 지낸다." "상주 보고 제삿날 다툰다."로 쓰인다. '상제'는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居喪) 중에 있는 사람을 뜻하며 "상여가 영영 마을을 하직하고 떠날 때, 상제들의 통곡은 정말 사무치는 것이었다." "상제보다 복재기가 더 설워한다."로 쓰인다. '상주'는 한 명이지만 '상제'는 여러 명이 될 수 있다.

작년 무아마르 카다피와 오사마 빈 라덴 등 독재자와 테러리스트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은 지병으로 인해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세상을 떠났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운명을 가졌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이는 생전에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겠는가.

새해가 밝은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 자신의 행동거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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