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 결국엔 "네 탓이요"

입력 2012-01-06 10:16:46

학부모·교사들 대구교육청에 비난 쏟아져

"'교육청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이렇게까지 애쓰니 알아달라'는 모습으로밖에 안 비칩니다. 교육현장이 변하지 않는데 하나마나한 대책이 무슨 소용 있나요?"

학부모 A씨는 지난해 중학생 아들 반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여하면서 교육당국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아들의 친구는 교실에서 또래 친구들에게 시달리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드는 부상을 입었고, 피해자 학부모는 가해학생을 다른 반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다른 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며 분반 조치가 어렵다고 했고,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만 교체했다. A씨는 "가해학생을 한 반에 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학부모 여럿이 대책을 요청했지만 허사였다. 내 아이가 당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혀를 찼다.

대구시교육청의 허술한 학교폭력 대응책에 대한 현장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조차 시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못 미더워하고 있다.

김모(45'여) 씨는 겨울방학 직전 중학교 2학년 아들의 얘기를 듣고 헛웃음만 나왔다고 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한다며 한 시간짜리 교육용 영상물을 보여주고 나서는 설문지 작성을 시켰다는 것.

김 씨는 "애국가 가사만 적고 나온 애들이 태반이었다고 하더라.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설문조사냐"고 쓴소리를 했다.

학부모 최모(44'여) 씨는 중학생 아들이 동급생들로부터 지난해 학기 초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얘기를 여름방학이 다 되서야 알았다.

최 씨는 "가해자들을 강제 전학 시켜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고 교내 학교폭력대책위 회의에서도 강제 전학으로 결론났지만, 학교에서는 아랑곳않고 가해자들을 다른 반으로 옮긴 것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또래 폭력과 관련한 학교 측의 미숙한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다른 학부모는 "요즘 교사들은 임용고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공부선수'들만 있고, 학생 생활 지도나 인성지도에 대한 교육은 받지 않는 것 같다"며 "학교장이 직접 나서거나 생활지도 경험이 많은 베테랑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배치해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가정교육부터 들먹이는 학교의 태도에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피해학생을 도와줘야 할지보다 외부로 알려지는 것만 두려워해서는 학교가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폭력 발생 사실이나 문제 학생 실태조사를 사실대로 보고하면 오히려 '문제 있는 학교'로 내모는 관행 때문이다. 대구의 한 초교 교사는 "(시교육청이) 책임 추궁부터 하려는 데 어느 교사가 앞장서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소집하면서 사건을 드러내놓으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우수 운영 학교, 교사에게 연수나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대책을 만든 서울시교육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교원평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또다른 교사는 "학생, 학부모들이 교원평가에서 최하점을 주면 근무평가 성적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솔직히 아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런 제도의 부실이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을 꺾고 있다"고 했다.

최병고'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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