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놀토' 더 알차게, 놀리면서 공부 찾기, 체험활동에 답있네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대구 438개 전 초'중'고교에 주5일 수업제가 도입된다. 지난해까지 격주로 있던 '놀토'(토요 휴업일)가 매주 이어진다. 주5일 수업제 전면 개시는 학생과 학부모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이 휴일로 바뀌면 학부모는 당장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와 무엇을 할지 큰 고민이다. 토요일까지 학원에 보낼 수도 없고, 학부모로서는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토요일 출근하는 직장인 학부모라면 혼자 있을 아이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교육 당국에서 다양한 놀토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주5일 수업제를 현명하게 맞기 위한 학부모, 학교의 다양한 고민들을 들어봤다.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 기대 반 우려 반
"한 달에 두 번 돌아오는 '놀토'도 버거운데 추가로 두 번 더 쉰다고요? 난감하네요."
초등학교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둔 조연정(39'여) 씨는 주5일 수업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얘기가 부담스럽다. 맞벌이 부부로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탓에 시부모가 자녀를 챙길 수밖에 없다. 토요일에 운영하는 학원에 보내자니 학원비를 또 내야 할 판이다.
"지난해 '놀토'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보냈지만 아이들은 재미가 없다고 외면하더군요. 결국 출근 전 경산에 사시는 시부모님댁에 들러 아이들을 맡기곤 했죠. 연세도 많으신데 한 달에 두 번 더 아이들을 챙겨달라고 말씀드리자니 민망합니다."
주5일제 전면 도입을 둘러싸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간 활용에 여유가 생겼다며 반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녀를 어디에 맡길지, 늘어난 휴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맞벌이를 하는 이영희(37'여) 씨는 지난해 '놀토' 때면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애를 먹었다. 올해부터 '놀토'가 느는 만큼 걱정도 크다. "토요일에 딸이 등교하면 그나마 마음이 좀 놓였는데…. 학교에서 토요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주면 좋겠어요."
김정모(42) 씨는 '놀토'가 두 번 더 느는 게 반갑다고 했다. 초교 3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게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놀토' 중 두 번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고 나머지 시간엔 함께 교외로 나가 추억도 쌓고 자연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줄 작정이다.
"평일엔 늘 늦게 귀가하는 통에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들었어요. 이제 '낯선 아빠'에서 탈피할 기회가 는 거죠. 금요일이면 마시곤 하던 술도 자제할 겁니다. 토요일엔 아이들과 함께해야 하니까요."
◆놀토 시범학교 해보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보람을 느끼는 모습에서 희망을 봤어요."
논공중학교 최봉순 교사는 지난해 2학기 때 8주 동안 매주 토요일 약 4시간씩 '토요 벽화반'을 시범운영했다. 활동에 참가한 학생은 20여 명. 학생들은 9월 초부터 등하굣길에 있는 낡은 집의 벽과 공원에 설치된 옹벽에 그림을 그렸다. 수성페인트와 아크릴 물감, 붓 등 재료는 학교 지원금으로 샀다. 우중충하던 벽은 학생들의 붓놀림에 따라 화사하게 변했다. 파란색 하늘을 바탕으로 연분홍빛 꽃이 피었고 녹색 덩굴 등이 벽을 감쌌다.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도 큰 힘이 됐다. 허술하고 거친 벽에 바로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 페인트칠 등 보수 작업이 필요했는데 학부모 10여 명이 자원해 일을 떠맡았다. "학부모님들이 보수 작업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시원한 물도 가져다주시고 간식도 챙기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뙤약볕에서 힘들었을 아이들이 더 힘을 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최 교사가 반가웠던 것은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성숙해졌다는 점. "작업 후 아이들은 등하굣길이 훨씬 밝아진 것 같다며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 만족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많은 주민들이 자기 집 벽에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연락을 해왔거든요."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외에 토요일 가끔씩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 곳도 있다. 대구북중의 '드림하이(Dream High)! 교실 밖 체험학습'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각 교과 담당 교사들이 한 차례씩 번갈아 현장체험학습을 이끈다는 것이 특색. 6주 동안 6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9월 말엔 미술과 교사가 학생 24명과 함께 북구 도남동의 '흙굽는 마을'을 찾아 도자기를 감상하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10월 중순엔 사회과 교사와 함께 국립대구박물관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10월 말엔 국어과 교사가 황성공원 시비 둘러보기와 동리목월문학관 관람 등 경주 탐방을 이끌었다.
대구북중 관계자는 "대부분 학생들이 지식 위주 학습보다 현장체험학습을 선호한다는 생각에 낸 아이디어인데 기대대로 반응이 좋았다"며 "관련 교과에 대한 흥미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 친밀감도 높아지고 진로 탐색의 기회가 되기도 해 더욱 뜻깊은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늘어난 놀토, 지역 사회 전체가 도와야
대구시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2학기 주5일 수업제 시범운영학교를 34개교(초교 23개교, 중학교 11개교)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개발했다. 지난달에는 '꿈과 행복찾기 토요 프로젝트 107'이라고 이름 지은 프로그램 개발 사례집도 발표했다.
이 사례집에는 ▷'팝송과 영화로 배우는 신나는 영어'(사월초교) 등 교과 프로그램 30개 ▷'자전거 사제 동아리 활동' 등 창의'인성 프로그램 32개 ▷'사제동행 1박 2일! 뒤뜰 야영' 등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특별 프로그램 27개 ▷'학교 스포츠데이 주말리그 왕중왕 선발대회' 등 인근 학교와 함께 할 수 있는 거점형 프로그램 18개가 소개돼 있다. 또 각 프로그램마다 운영 필요성과 방식, 주의점은 물론 참가비를 포함한 소요 예산까지 담았다. 시교육청은 1월 말까지 각 학교가 사례를 참고로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 계획을 제출하면 재점검 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주5일 수업제를 시행하게 되면 205일 안팎인 수업 일수를 190~195일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으나 주중 수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이 마련한 것이 '주5일 수업제 운영 매뉴얼'. 학교장 재량휴업일을 최소화하고 여름'겨울방학을 5, 6일 정도씩 줄이는 등 주중 수업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교육청 안영자 장학사는 "평일처럼 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전 학생의 30% 정도가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이기 때문에 지자체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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