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50대 가장들 힘나도록 경기 좀 풀렸으면… "

입력 2012-01-02 11:04:27

새해 첫 출근 도시철도 시민들의 소망은

원태식 씨(직장인)
원태식 씨(직장인)
정하늘 씨(대학생)
정하늘 씨(대학생)
박민 씨(직장인)
박민 씨(직장인)
최운기 씨(대학생)
최운기 씨(대학생)

2012년 '흑룡의 해'인 새해 첫날 새벽에도 도시철도는 변함없이 쌩쌩 달렸다. 전동차 안에는 각기 다른 새해 목표와 소망을 가슴에 가득 품은 시민들이 타고 있었다. 1일 새벽 대구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과 2호선 수성구청역에서 출발하는 첫 전동차 안에서 새벽을 여는 시민들을 만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새해 첫날, 부품 꿈을 안고

1일 오전 5시 20분 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 출발 시각은 5시 30분이지만 전동차가 10분 먼저 도착해 문을 활짝 열고 승객을 맞이했다. 30여 명의 승객들이 전동차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승객들의 모습은 각기 품은 새해 소망만큼이나 다양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생각에 잠겨 있는 20대, 밀대와 빗자루 청소용품이 가득 담긴 파란색 통을 안고 탄 50대 아주머니, 두툼한 목도리로 얼굴을 잔뜩 감싸고 이야기를 나누는 70대 부부.

새해 첫날, 새 직장에 처음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사설 보안업체에 취업한 원태식(53'수성구 중동) 씨는 이전에는 대기업 건설사 공사 팀장으로 근무했지만 2년 전 퇴직했다.

"정년이 55세라고 해도 우리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50세만 되면 퇴직 압박을 받아요. 퇴직 뒤 2년 간 조경사 자격증과 소방 자격증을 준비해가며 어렵게 새 직장을 잡았습니다. 허허."

올해 그의 소망은 대구 가장들의 무거운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이다. 원 씨는 "지난해 대구 체감 경기는 최악이었다. 경기가 풀려야 밑바닥 경제도 살아나는데 막노동으로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은 일감이 없어 너무 힘들어 한다"며 "40, 50대 가장들이 힘낼 수 있도록 경기가 조금 회복됐으면 좋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처음 도시철도 첫차를 탔다는 정하늘(20'인제대 전자지능로봇공학과 1학년) 씨는 팔공산에 해돋이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그의 올해 첫 목표는 '장학금 받기'다."고향 대구를 떠나 김해에서 대학 생활을 하니 가장 부담되는 게 생활비와 비싼 등록금이더라고요.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원이 넘는데 꼭 장학금을 타고 싶어요."

정 씨는 치열한 취업난 속에서도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달려갈 계획이다. 그는"요즘 취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다보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전공을 살려 내 힘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꼭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일자리와 경제 활활 타올라라

이날 오전 5시쯤 1호선 교대역 지하철 탑승장에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직장인 서너 명이 눈에 띄었고, 책가방을 멘 20대 젊은이들도 보였다.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었다. 하얀 입김을 불며, 계단 입구를 통해 불어오는 냉기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서 있던 이들은 20분 뒤 전동차가 도착하자 재빨리 안으로 올라탔다.

1호선 칠성시장역으로 가던 최운기(28'경북대 4년) 씨는"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첫 차를 탔다. 방학동안 영어학원에도 가야하고 계절학기 수업도 들어야 한다"며 "취업준비로 늦잠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그는"올 한 해는 나처럼 취업 고민에 빠진 젊은이들이 좀 덜 불안하도록 경제가 활성화되고 사회가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향으로 직장을 옮겨 새해를 맞이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박민(33'달서구 상인동) 씨는 지난해까지 서울에서 인터넷 관련 회사에 다니다 올해부터 대구에 있는 같은 업종의 직장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서울에서는 방값이 싼 외곽에 살면서 제때 출근하려면 무조건 도시철도 첫차를 타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 집이 있는 대구에서는 앞으로 웬만해선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좋다"고 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수년간 직장을 다니다 대구에 오니 침체된 지역 분위기 때문에 내 능력도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올해는 지역 경제가 살아나서 오랜만에 내려온 고향에서 돈 많이 벌고, 내 능력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황수영'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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