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대위 "정책 쇄신부터"…실세용퇴 인적쇄신론 까지

입력 2012-01-02 11:11:52

"비대위원 비리 또 폭로" 당사사들 반발 강도 주목

2일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3차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 안건 회의로 진행됐다. 지난주 '실세 용퇴론'이라는 일부 비대위원의 발언이 대상으로 거론된 현역들의 반감을 사면서 정책과 정강 개편부터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내부 반발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후퇴 없이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비대위 쇄신 드라이브는 제동 없이 갈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가 활동한 지 일주일째지만 많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한나라당과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며 항상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서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국민 눈높이, 국민 상식' 발언은 당내 반발에 구애받지 말고 비대위 쇄신을 이어가자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지난주 '국회의원 회기 내 불체포 특권 포기' '정치개혁특위 이해 지역구 의원 배제' 등 쇄신 작업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당 소속 현역의원들에게 '연금 특혜'를 자진포기하도록 하자는 안을 이날 논의했다.

당 소속 현역의원이 퇴직 후 만 65세가 넘어 '헌정회육성법'이 규정한 연금혜택 대상자가 되면 연금을 받던 것을 포기하고, 앞으로 당선되는 한나라당 의원도 지급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대국민 선언도 검토 중이다.

비대위는 또 국회 원 구성이나 상임위원회 개의 등 국회의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의사일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그 날짜에 비례해 국회의원의 세비를 삭감하자는 내용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의원도 일한 만큼 돈을 받고, 일을 않으면 돈을 받지 말라는 일종의 상식선, 경고성 쇄신작업이다.

하지만 지난주 논란이 인 '이명박 정부 실세 의원, 전 지도부, TK 친박계 용퇴론'을 주장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해 친이계 일각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비대위 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달 초까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압박하겠다는 세력도 있다. 김 비대위원은 과거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 비대위원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 바 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지난 주말 당내 비대위 활동을 둘러싼 비판론에 대해 "1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비대위 취지에 합당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가시적 성과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엄포성 발언이다. 그는 또 "(박 비대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 인적쇄신 결단을 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만든 의미가 상실된다"고도 했고, 인적쇄신 대상에 대해 "누구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국민이 볼 때 이런 사람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의 반란 가능성을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면서 쇄신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2일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른 비대위원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며 "2011년 12월 31일 의총에서 사퇴 요구를 공식화했는데도 뭉개고 가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이번 비대위원 인사는 검증이 안 됐다"고 밝혔다. 비대위 대 용퇴 거론 당사자 간의 마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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