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심사평

입력 2012-01-02 08:07:43

토속적인 심상과 사물을 보는 깊이 있는 시선

어린이들의 현실적 정신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린이들의 정신세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인의 치열한 시정신이 요구된다. 다행한 것은 작품의 대상이 되는 소재나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불변의 동심이라는 것이다. 동심은 시인이 평생을 천착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언어적 유희나 성인의 고형화된 동심을 오늘날의 동심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응모 작품을 정독하면서 느낀 점은 작품의 다수가 어른들이 지난날을 반추하면서 쓴 관념화된 동심, 또는 생활 현장에서 보여주는 어린이의 행동이나 말투 등 표피적인 것에 시선이 닿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심금섭 씨의 '여름 일기를 읽으며' 외, 권우상 씨의 '아버지의 지게' 등이 기대를 갖게 하였다.

먼저 심금섭 씨의 '여름 일기를 읽으며'는 심상이 활달하고 시의 구성 또한 유기적으로 잘 교직되어 있었다. 특히 '갈매기 소리 한 줄' '넓은 갯벌에서 웃었던 일 몇 줄' 등 바닷가에서 있었던 사연들이 일기장에 쓴 줄에서 반갑게 달려 나온다는 표현은 동심과 시심에 잘 닿아있어 좋았다.

그러나 신인다운 참신함과 독창성에 흠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선자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기성시인의 유사한 심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신선한 발상과 정감 있는 표현, 빠른 시행 전개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으나 마무리가 약한 부분이 흠이 되었다.

권우상 씨의 '아버지의 지게'는 아버지의 신산한 삶을 지게를 통해 사실적이며, 토속적인 심상으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지금은 마당 한쪽 구석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지게를 통해 아버지의 수고로움과 가족 사랑을 동심의 눈으로 조응한 점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삶을 퍼 담아 나르시던'과 같은 표현은 이 작품의 세부적인 눈높이가 아직 동심에 밀착하지 못함을 드러내고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인 발상과 표현이 동심에서 크게 일탈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사물을 보는 깊이 있는 시선이 신뢰를 갖게 해주었다. 선자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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