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장병 순직 처리' 논란

입력 2011-12-29 19:09:24

'자살장병 순직 처리' 논란

군 복무 중 자살한 장병을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담은 '전공사상자 처리훈령 개정안' 토론회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렸다.

오랫동안 논란거리였던 자살 장병 처리 문제를 두고 국방부가 본격 검토에 들어가면서 첫 의견수렴에 나선 것이다.

현재 국방부가 검토 중인 개정안은 2가지. 군 복무 중 구타나 가혹행위로 자살한 장병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확인되면 이들을 순직처리하고, 군내 사망 분류 기준에서 '자살', '변사' 등의 용어 대신 모두 '일반 사망'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다.

김일생 인사복지실장은 "최근 들어 자살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시한 법률이 제정되고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는 등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다"면서 "징병제 국가에서 자살병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강화하는 추세"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형기 보건복지관도 "군과 달리 경찰청과 법무부는 자살도 '순직'으로 인정하는 등 부처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특히 유족들의 감정과 사체인수 거부 등 고질적인 민원으로 군과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다 적극적인 입법을 주문했지만, 보훈·보상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인색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광식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면서 "군도 이제는 그것(자살)을 극복해야 할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개정안에 담긴 '정신질환 치료 전력' 조건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 군 의료체계 속에서 병사들이 정신적 고충을 받고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실제 과거 300여 건의 민원에 이 조건을 적용한다면 4∼5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승진 변호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에 부름을 받는 상태에서 원인이 무엇이든 개인이 피해를 봤다면 일정부분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서 "훈령이 아닌 대통령령 등 상위법령으로 관련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홍인표 보훈처 보상정책과장은 "군이나 가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면 손해배상 차원에서 적절한 보상을 하면 되지, 순직이나 국가유공자 예우를 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홍 과장은 "구타·가혹행위도 군기라든지 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간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정상적으로 복무 후 전역하는 의무병이 많은데 이들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살한 장병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때 군의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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