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골퍼=신사'로 만든 월터 헤이건

입력 2011-12-21 07:45:22

골프의 사회적 지위를 크게 올려놓은 선수는 누구일까?

잭 니클로스도, 타이거 우즈도 아니다. 1920, 30년대 골프계를 풍미한 월터 헤이건(1892~1969)이다. 골퍼는 신사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한 선수였다.

1892년 오늘,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9세 때부터 캐디 생활을 했고 21세 때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11회로, 잭 니클로스(18회), 타이거 우즈(14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골프만 잘 친 게 아니라 천대받던 프로 골프를 스포츠계의 정점에 올려놓은 배짱 두둑한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프로 골퍼는 클럽하우스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고, 출입할 때도 뒷문으로 오가야 했다. 그는 보란 듯이 트럭을 빌려 클럽하우스 앞에 주차 시켜 놓고 드레싱룸으로 사용했고, 자신의 승용차를 클럽하우스 앞 도로에 주차해놓고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화려한 골프복에 사치스런 생활을 했으며 전 세계를 누비며 2천500회 이상의 시범경기를 가졌다. 스포츠계 최초의 백만장자다운 말을 남겼다. "나는 결코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다만 백만장자처럼 살고 싶을 뿐이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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