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화중 외교로 '만일의 사태' 대비해야

입력 2011-12-20 09:08:16

[전문가 진단] 北 진로와 우리의 대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 파장은 충격적일 것이다. 북 내부 문제에서 볼 때 그의 사망은 아직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은 후계 체제의 구축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외부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동북아 국제 질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이틀 지난 후 공식 발표를 한 것만 보아도 위기 상황의 극복에 얼마나 고심하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또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 역시 김 위원장 사망 후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의 향후 진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현재로서는 김정은 후계 체제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장 북한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일단 어느 정도 사태를 정리한 후에 나왔고,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장의 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중심의 지도 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이미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2009년 후계자로 내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위부와 군 정찰총국 등 공안기관을 장악하고 이들로부터 충성을 다짐받고 있다. 또한 고모부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과 고모인 당 경공업부장 김경희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점차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도 김정일이 하였던 것처럼 '3년 상(喪)'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권력의 공고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은 후계 체제가 연착륙하는 데에는 부정적 요인들도 없지 않다. 우선 김정은이 현재 29세로 후계를 준비한 지 2년 남짓하기 때문이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이미 20여 년간 후계 체제를 준비하면서 직접적으로 많은 정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김정일의 사망으로 절대 권력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쉽지 않은 것은 군부 실세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만약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군부와 당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게 된다면 북한의 정치와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대량 난민이 유출될 수도 있다. 또한 이 경우 북한은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국지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북한 핵무기의 통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는 긴박한 정세가 조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에 대비하는 우리의 지혜와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북한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위기 상황에서 체제 붕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도발의 구실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한반도 문제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동맹국으로서 중요하며, 중국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중재자로서 전략적 협력 관계가 매우 긴요하다. 특히 최근 이 지역에서 미국과 영향력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의 혼란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하여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미국과의 동맹관계 못지않게 중시해야 할 우리 외교의 현안 과제이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연미화중'(聯美和中)의 외교를 통하여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변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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