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계파 모임 그만하자"

입력 2011-12-14 10:09:31

여의포럼·선진사회연구포럼 해체 수순 밟을 듯

등판 초읽기에 들어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 수 있도록 친박계가 움직이고 있다. 계파 해체를 통한 화합에 나서는 한편 필요하다면 불출마 내지는 공천에서 탈락하면 불출마한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죽어가는 무대에서 마음껏 쇄신을 펼치라는 의미다. 물론 쇄신파 등은 여전히 친박계의 진정성을 의심하고는 있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하게 넓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친박계 모임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18대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 무소속연대를 이뤄 당선돼 복당한 대표적 친박계 모임인 여의포럼(간사 유기준)이 20일 송년회 자리에서 해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은 최근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난 뒤 해체되어야 했다"고 공감을 표했고, 유기준 의원도 "해체에 대한 의견이 나오면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당 지도부가 계파 해체를 요구할 때 회원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이 탈퇴한 바 있다.

친박계 모임으로 분류돼 온 선진사회연구포럼(회장 유정복) 해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정복 의원은 "모임이 (당 쇄신에) 문제가 된다면 안 하면 되고, 국회 등록을 철회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주 긴급 선진사회연구포럼에서 일부 친박계는 "박 전 대표의 쇄신에 동력을 줄 수 있도록 친박계는 공천에 탈락하면 무조건 불출마한다는 각서를 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필요하다면 불출마' 선언도 나왔다. 친박계 중진으로 3선인 허태열 의원은 13일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불출마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은 아니라고 했지만 허 의원은 친박계 좌장으로 불려오기도 했으며 66세로 물갈이 압박 대상인 친박계 중진 의원들과 뜻을 함께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은 "공천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친박계가 없어야 한다"며 "저는 공천에서 떨어지면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공식 출범할 경우에는 친박계라는 계파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몽준 전 대표는 같은 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에서 "한나라당 현역의원 모두가 불출마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원총회에서 어느 의원이 소위 친박계를 해체하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반가운 이야기"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신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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