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네가 친구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글을 쓰기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날 네 아버지가 사무실로 찾아와 네 이야기를 털어 놓지 않았다면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다시 빛바랜 기억에서 끄집어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 네 아버지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세상에 대한 치기어린 생각인지를 네게 말해주었으면 했다.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로서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우리 사회는 얼마나 작고 가벼운가 싶었다. "문학을 어찌 먹고 사는 문제로만 보느냐"는 너의 항변을 전하면서 네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속에는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인 이상(1910~37)과 김수영(1921∼1968), 그리고 신동엽(1930~1969)을 이야기하며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눈 추억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아마 네 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졌던 문학청년의 꿈을 다시금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지금은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소시민이 되어버렸노라고 가끔 술자리에서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작가정신을 토로하던 젊은 날, 자취방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쩌면 네 아버지는 자신의 실패(?)를 네게 보이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구태여 말하자면 자신의 것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네가 겪게 될지도 모를 좌절을 아파하는 것이리라. 해서 아직은 세상을 감성어린 시선으로 보는 너를 안타까워하는 것에 틀림없다. 어설프게 국문학이란 것을 전공하고 여행기 몇 편을 쓴 이유로 네 아버지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대신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 하지 않았다. 다만 너처럼 오로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아니 글로써 세상을 바꾸어보겠노라고 소리쳤던 젊은 날의 회한이 네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과연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대한 연민이 없는 글이 가치가 없음은 물론이다. 해서 글은 엄격한 자기 검열을 거쳐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 선언이어야만 한다. 가끔 서점에서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책들을 보면 대개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곤 하지만 글의 기교는 얼마나 많이 읽고 고민했느냐의 결과물로 오는 것이지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가정신이다. 김수영의 시나 이효석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연민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다. 너를 말리지 못한 것을 두고 네 아버지는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영원히 간직한 문학청년의 꿈이 위로가 되리라 믿으며 좋은 글 쓰기를….
전태흥/㈜미래 티엔씨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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