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푸미폰 아덴야뎃왕은 1946년, 만 19세의 나이로 왕이 된 뒤 지금까지 65년간 왕위에 머물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왕으로 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지난 2월 만 59년의 재위 기간을 넘어선 데 이어 5월에는 역대 영국 왕 중 두 번째로 장기간 재위 중인 왕이 되었다. 1천 년이 넘는 영국 왕실 역사상 최장 기간 왕위에 머무른 왕은 엘리자베스 2세의 고조 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으로 재위 기간이 63년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끈 장수왕이 이에 해당한다. 장수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97년을 산 그는 무려 78년간 왕위에 있었다. 조선시대 때에는 영조가 52년간 왕좌에 앉아 최장 기간 집권한 왕으로 남아 있다. 왕조 시대의 군주는 정치적 격변을 겪지 않을 경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왕좌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대 입헌군주제 국가의 왕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민주공화제가 보편화된 오늘날, 장기 집권을 꾀하는 국가 지도자들은 대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 23년 독재의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 30년 독재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42년 독재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올해 국민들의 봉기에 휘말려 축출되거나 피살당했다. 헌법의 연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일시 퇴진했다가 다시 대권 도전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그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총선 부정 시비가 불거져 위기를 맞고 있다.
31년간 집권 중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내년 초 또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 무가베는, 아버지 김일성의 48년 통치에 이어 18년째 집권하면서 3대 세습을 획책하는 북한의 김정일과 함께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고 있다. 87세의 고령으로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신이 내게 긴 수명을 주셔서 여러분과 같이 있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다.
그의 눈에는 카다피의 종말보다는 김정일의 권좌 유지만 보이는 모양이다. 정권을 철저히 장악, 호사를 누리면서도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매우 닮았다. 그러나 무가베는 자신이 들먹인 신이 악을 허용하는 듯하다가도 일순간에 끝장내 버린다는 점은 모르는 듯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