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잃어버리고 산 소중한 것들' 중에서)
달랑 한 장뿐인 2011년의 달력을 바라보며 올 한 해가 다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알차게 수확을 하여 곳간이 그득한 이도 그렇지 못한 이도 있듯이, 올 한 해를 알차게 보낸 이도 미흡한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곳간이 그득해야만 행복할까. 그 행복함 속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산 것은 아닐까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곳간'과 '곡간'에 대해 알아보자. '곳간'은 물건을 간직하여 두는 곳으로 "쌀가마를 곳간에 쟁이다." "그들 곳간에 가득가득 쌓인 곡식 다음으로 부러운 것은 푹신한 이불이었다."로 쓰인다. '곡간'은 곡식을 보관해 두는 곳간을 뜻하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곡간 열쇠를 내주었다."로 활용한다. '곳간'의 의미로 '곡간'을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으나 '곳간'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곳간' '곡간'에서 보듯 '때우다' '떼우다'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때우다'는 뚫리거나 깨진 곳을 다른 조각으로 대어 막다,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다, 다른 수단을 써서 어떤 일을 보충하거나 대충 해결하다라는 뜻이다. "썩은 이빨을 백금으로 때웠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운 지도 일주일이 되었다." "고마움을 말로 때우다." 등으로 활용한다. '떼우다'는 자식이나 형제를 잃다라는 뜻이며, '떼이다'의 북한말이다. "어저께 고독사한 노인도 이웃사람들이 가끔 사다주던 라면이나 우유 등으로 끼니를 떼우며 겨우 연명했다고 한다."에 나오는 '끼니를 떼우며'는 '끼니를 때우며'의 잘못된 표기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 찾아보면 어떨까. 톨스토이는 그가 쓴 단편집 '세 가지 질문'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적당히 때우려 하지 말고 주어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만남과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그들에게 선을 행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자.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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