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원전 안전 운영할 업체 없다

입력 2011-12-02 11:01:25

원자력발전소의 계측제어 설비를 담당하는 기업이 현장을 떠나면서 원전 안전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원전 21기 가운데 14기의 계측제어를 맡고 있는 삼창기업(이하 삼창)이 올해 포스코ICT가 인수하기 전 자본이 잠식됐다는 이유로 이달부터 원전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삼창기업 노조 측은 "원전 계측제어를 맡은 기업들이 인력 및 경력 부족으로 삼창에 인력 수급을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권을 확보하지 못한 삼창이 인력 파견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원전 안전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창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공사대금 소실 등으로 자본이 잠식됐으며, 올해 포스코 ICT에 인수됐다. 삼창은 내년 포뉴텍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지만, 원전사업 등록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2, 3년의 경력이 필요해 당장은 사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올해 사업을 삼창의 이름으로 딴 뒤 내년 포뉴텍으로 이름을 바꿔 경력을 쌓을 계획이었지만, 사업권 확보가 어려워 현장을 떠나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삼창 노조 측은 "사전사업수행능력평가(PQ)에 신용점수(경력)가 아닌 재무재정상태(자본잠식 여부)를 넣다 보니 삼창이 떨어지게 됐다"며 "계측제어에 대한 기술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사업권을 따가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노조는 사업을 딴 기업들이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울진 3발전소(울진원전 5, 6호기)에 투입된 PQ 인력을 고리 1발전소(고리원전 1, 2호기)로 빼감으로써 울진원전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PQ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병력(뇌출혈, 간질 등)에 의해 퇴직한 인력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한수원이 현 계측제어 수주업체들에 대한 공사기간을 연장해 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삼창의 사업권 확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삼창을 뺀 현 수주업체 인력으로는 계측제어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한수원이 이들 업체에 대한 기술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안전성 확보도 의문시된다"고 우려했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삼창이 현장을 떠나면 이를 대신할 기업체가 거의 없다. 정부가 글로벌을 외치면서 원전 운영사를 키우지 않고 계측제어 분야 사업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 삼창만 바라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말했다.

울진원전 관계자는 "원전 계측제어 설비 가운데 중요설비는 한수원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어 삼창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해명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계측제어=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자로 핵심 설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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