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선 공간 '分勸改憲' 띄워라
지방에 산다는 것이 참 서럽다. 올초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낙후된 지역경제의 마지막 희망으로 신공항을 추진했지만 서울지역 언론의 여론몰이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꿈을 접어야 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을 받던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 대구가 매달렸지만 무산됐던 위천공단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그럴 때마다 지방의 역부족을 절감했다. 서울은 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서울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헌법이 보장한 '서울 공화국'
민선 단체장을 뽑은 지 16년, 지방의회 부활 20년째지만 지방분권의 현주소는 답답할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지방분권의 핵심요소인 권력이양과 자원배분 모두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돈과 인사 등 지방의 운명을 여전히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말이 지방자치일뿐 권력은 여전히 중앙의 차지다. 분권의 시늉만 낼 뿐이다. 무늬만 지방자치다. 특히 최고의 상위법인 헌법조차도 지방자치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방분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지방분권을 제대로 구현키 위해 프랑스처럼 분권정신을 담은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대한민국 헌법을 들여다보면 지방분권 조항이 아예 없고 지방 자치 조항은 구체적 내용도 없고 빈약하기만 하다. 헌법이 지방자치를 보호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능은커녕 모든 물적'인적자원을 중앙에 종속시키고 있다. 오히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을 법령에 종속시키고 과세표준과 세율을 오로지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지방분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으로 예속시키고 중앙정부의 승인과 지원없이 지방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모양새다. 바꿔말하면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 등 정부가 자리 잡고 있는 서울만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서울공화국'을 헌법이 보장하고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개헌을 통해서라도 지방분권 국가로 전환시켜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지역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 포럼21이 최근 대구경북민 600명을 대상으로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하자는 개헌논의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찬성 62.1%, 반대 17.7%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표참조)
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시급한 사안으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지방정부에 대폭이양(31.2%),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지원강화(30.8%), 공공기관 지방이전 확대(17.3%), 수도권 집중화 억제(16.2%)순으로 꼽았다.
◆총선'대선이 기회
그러나 이 같은 지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중앙이 움켜쥔 권한을 선뜻 내놓을 리는 없다. 서울언론과 관료 등이 똘똘 뭉쳐 지방분권의 반대세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분권개헌 등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 변호사는 "분권을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할 정도로 서울의 기득권을 깨기 어렵다. 그만큼 기득권을 지키려는 중앙의 견제와 방해가 심하다. 특히 중앙 정부의 관료와 서울지역 언론들은 분권의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난제를 한번에 극복하는 데는 헌법개정이 필요하고 이는 분권을 쟁취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등 정치적 합의만 있으면 헌법개정을 이룰 수 있고 이 헌법 조항에 따라 입법'행정'재정 분권 관련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해 진정한 지방균형발전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 분권 정신을 담은 개헌을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다. 헌법 문제에 정통한 최성호 변호사는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개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어 헌법개정사항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며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면 좋은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정치권을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정치인들의 역할이다"고 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표'로서 실력행사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정부의 중앙집권식 사고방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이 요원하다. 내년 선거정국에서 분권개헌을 어떻게 관철할 것이냐에 대한 지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분권개헌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필요하다면 공론화를 통한 실력행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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