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하다 꽃처럼 진 할머니를 추모합니다."
1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한 강의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부터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등 150여 명의 시민들이 330㎡(100평) 남짓한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 잠시 후 무대 중앙을 노란 조명이 감쌌고 대형 스크린에 꽃들로 장식된 그림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 한쪽에서는 이 책을 펴낸 작가가 한 문장씩 차분한 어조로 읽어 내려갔다.
"사람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듯 모두가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웃으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면 꼭 13살 같다."
작가의 읊조림에 어두운 객석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식을 내뿜고 훌쩍이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 심달연 할머니 추모 1주기를 맞아 '꽃할머니 북콘서트'가 열렸다. 간암 판정을 받고 6개월간 투병하다 지난해 12월 5일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것.
'꽃할머니'란 애칭은 생전에 꽃을 사랑한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이름 붙여졌다. 행사는 1995년부터 위안부 할머니 돕기 공연을 벌이고 있는 노래꾼 홍순관 씨의 진행으로 2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일본 정부에 거듭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이용수 할머니와 심 할머니의 일대기를 그림책으로 펴낸 권윤덕 작가 등도 참석했다.
객석을 메운 시민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교내에서 역사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지현(16'원화여고 1) 양은 "TV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접하면서 한 번쯤 이런 행사에 참석하고 싶었다"며 "북콘서트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가 더욱 커졌다.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인순 사무국장은 "현재 전국에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65명, 대구경북 지역엔 7명이 생존해 계신다"며 "위안부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고 있는 '수요시위'가 14일로 1천 회째를 맞게 됨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대구에서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1천 번째 수요시위가 개최된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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